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10. 19.
 술 이야기 3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3.27. 14:47:41   추천: 22   글쓴이IP: 175.202.95.57
진안문학: 신팔복

술 이야기 3

- 술의 함정 -

신팔복

술을 마시면 이야기가 많아진다.
말수가 적은 사람도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목청을 키운다.
술자리의 이야기는 좋은 안줏거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술맛도 나고 흥겨워진다.
종교나 정치의 이야기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강한 주장은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게 되어 싸움으로 번
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술꾼의 이야기가 제일 좋다.

술을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술독이 빈 것을 확인해야 그만 마시는 거포다.
시골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단다.
모두 취해서 가버리고 혼자 집으로 오는데 깜깜한 거리에서 홀쭉하고
키가 큰 사람을 만났다. 비켜 가려는데 또 길을 막는다.

“너 뭐야!” 대답이 없었다.

“한판 붙어보자는 거냐?” 그래도 대답이 없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내 한 방이면 너는 온데간데없다고∼오. 어서 비켜.”
괘씸한 생각이 들어 뺨을 때렸다.
그래도 말없이 서 있었다. 화가 더욱 치밀어 양손으로 마구 쳤다.
얼마 뒤에 손이 얼얼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봇대를 치고 있었단다.

우리 동네에서도 장날 술을 드시고 징검다리를 건너오다 도깨비를 만나
밤새도록 산을 헤매고 두루마기가 찢기고 갓이 달아난 어른이 계셨다.
괜히 시비를 걸기에 싸웠다고 했다.
취중 실수가 부끄러워서인지 며칠 동안은 밖에도 나오지 않으셨다.
도깨비장난 같은 술 취한 이야기다.
누구나 술에 취해도 집까지는 잘 찾아간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고 잘 누워 자다 보니 변소였다는 사람도 있고,
한참을 따뜻하게 자다 남의 집 헛간이었다는 것을 안 사람도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저런 잊히지 않는 실화(實話)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진안 용담에서 근무할 때 토요일 오후 친구가 찾아왔다.
반가워서 술집으로 갔다.
여름이라서 방에 들어가 냉(冷) 막걸리를 마셨다.
빈 맥주병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넣어 보관한 술인데 마시다 보니
상당한 양이었다.
한참을 마시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무척 더워 취기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학생의 이목도 있고 비척거리는 선생이 보기에 좋지는 않았을 텐데
집에 들어가 쉬라고 타이르는 이웃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다퉜던 일이 있었다.
술 마신 사람은 배설도 빠르다.
저녁이면 전봇대는 으레 실례의 장소다.
한 다리만 들면 된다는 술꾼들의 이야기가 있다.
술 먹은 양반이기 때문이다. 길에 세워둔 큰 트럭은 은폐의 장소로도 좋다.
형은 앞바퀴에, 동생은 뒷바퀴에 시원하게 실례를 하고 얻은 별명이
‘앞바퀴와 뒷바퀴’였다. 술꾼의 의리가 엿보이지 않는가?

전주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진안으로 오는 직행버스를 탔었다.
도중에 소변이 마려워 어찌할 줄 몰랐다.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빵빵한 배를 부여잡고 진안 삼거리에서 내려
집으로 올 땐 허리도 펴지 못하고 걸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그런데 또 어느 겨울이었다.
포장집에서 비둘기탕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눈까지 살살 내리니 분위기가 좋았고, 선배의 이야기에 빠져 많이 마시고
장계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장 아가씨에게 혹시 잠이 들면 진안에서 내려달라 부탁했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차가 움직여 깨었는데 이미 진안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밖은 깜깜하고 눈이 내렸다. 차장에게 어디냐며 내려달라고 했다.
무조건 내리고 보니 어느 곳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마침 제자를 만나 암곡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디를 다녀오느냐는 물음에 그냥 얼버무리고 미끄러운 밤길을 걸었다.
반시간이 넘게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왔다.
귀가 얼 정도였다. 부아도 났지만 내가 자초한 일이라 모든 걸 숨기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술과 생활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젊었을 때부터 마신 술이다.
나이가 드니 양은 조금 줄었지만 내 생활엔 항상 술이 따라다닌다.
술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앞으로는 약주(藥酒)로만 마셔야겠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10. 19.  전체글: 1739  방문수: 932049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696 바다 위를 가르는 해상케이블카 임두환김용호2018.10.16.1
1695 서예전시회에 참여하고서 윤재석김용호2018.10.16.1
1694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임두환김용호2018.10.04.2
1693 농부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92 선행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91 겨울나무의 지혜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90 추석의 맛 송편과 신도주 임두환김용호2018.09.23.1
1689 고추잠자리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88 곡두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87 길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86 꼭두서니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85 낮닭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84 빛의 언어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83 수신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82 움켜쥔 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81 이끼의 내력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80 요양병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79 효자 태풍 솔릭 임두환김용호2018.09.05.1
1678 나를 다듬어 가는 일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677 내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676 팽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675 빨치산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674 기록 경신에 나선 더위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673 충비 (忠婢) 이난향의 정려에서 윤재석김용호2018.08.26.1
1672 미나리 꽃이 피었는데도 신팔복김용호2018.08.26.1
1671 호박아 고맙다 윤재석김용호2018.08.17.1
1670 111년만의 폭염 특보 임두환김용호2018.08.17.1
1669 사다리 윤재석김용호2018.08.05.1
1668 계곡이 좋다 신팔복김용호2018.08.05.1
1667 아침을 여는 사람들 윤재석김용호2018.07.22.1
1666 모악산에 오르니 신필복김용호2018.07.22.1
1665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2) 임두환김용호2018.07.22.1
1664 추억의 시냇가 윤재석김용호2018.07.12.2
1663 무논에서 풀을 뽑으며 신팔복김용호2018.07.12.1
1662 비밀번호시대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61 백세시대를 준비하며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60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임두환김용호2018.07.06.1
1659 지팡이 임두환김용호2018.06.05.2
1658 그 예언이 실현될 것 같아서 신팔복김용호2018.06.05.2
1657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윤재석김용호2018.05.27.8
1656 좋고 타령 박희종김용호2018.05.27.8
1655 모내래시장 신팔복김용호2018.05.25.8
1654 평화와 번영 통일로 가는 길 윤재석김용호2018.05.25.8
1653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김용호2018.05.09.18
1652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김용호2018.05.09.9
1651 칠판 앞에서 생긴 일 윤재석김용호2018.04.27.16
1650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임두환김용호2018.04.27.16
1649 J 표 국수 윤재석김용호2018.04.13.20
1648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김용호2018.04.13.13
1647 어릴 적 모두가 그렇듯 정재영김용호2018.04.01.20
1646 외길 정재영김용호2018.04.01.11
1645 날개 돋던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4.01.21
1644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8.04.01.24
1643 다름으로 만남 인연들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42 봄비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41 4월이 오면 윤재석김용호2018.03.27.18
1640 지게꾼에서 택배회사로 윤재석김용호2018.03.27.21
1639 술 이야기 2 신팔복김용호2018.03.27.15
1638 술 이야기 3 신팔복김용호2018.03.27.22
1637 분원의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25.14
1636 選擇과 評價 정재영김용호2018.03.25.17
1635 술 이야기 1 신팔복김용호2018.03.25.23
1634 사립문 윤재석김용호2018.03.25.15
1633 오늘 이점순김용호2018.03.25.19
1632 작은 숲 이점순김용호2018.03.25.17
1631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열김용호2018.03.25.19
1630 시간이 없습니다 김수열김용호2018.03.25.16
1629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28 우리 둘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27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김용호2018.03.21.23
1626 못줄 없는 모내기 신팔복김용호2018.03.21.19
1625 감동의 드라마 컬링 임두환김용호2018.03.21.15
1624 잠들지 못하는 나무 이점순김용호2018.03.21.18
1623 담 이점순김용호2018.03.21.21
1622 구도 구연배김용호2018.03.21.19
1621 금잔화 구연배김용호2018.03.21.20
1620 봄이 오는 길에서 정재영김용호2018.03.21.18
1619 만남 그리고 작별 정재영김용호2018.03.21.20
1618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김용호2018.03.17.20
1617 저울의 원리 윤재석김용호2018.03.17.18
1616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김용호2018.03.17.25
1615 그대가 되기 위해 김용호김용호2018.03.06.23
1614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8.03.06.20
1613 꽃물 이점순김용호2018.03.06.20
1612 촛불 이점순김용호2018.03.06.23
1611 꽃잎에게 정재영김용호2018.03.06.27
1610 어떤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06.21
1609 지팡이 김수열김용호2018.03.06.23
1608 날마다 전쟁터인데 김수열김용호2018.03.06.24
1607 꽃바람 구연배김용호2018.03.06.23
1606 진달래 구연배김용호2018.03.06.20
1605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26
1604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31
1603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22
1602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26
1601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18
1600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20
1599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26
1598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27
1597 살면서 김용호김용호2018.02.03.25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