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9. 02. 24.
 삶은 기다림인가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3.21. 21:40:04   추천: 24   글쓴이IP: 175.202.95.241
진안문학: 윤재석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무슨 내용인가 열어 보니
‘내일이 윤 선생님 순환기내과 검진예약 날짜’라는 내용이다.
나는 고혈압으로 시내 0 병원에서 3개월을 주기로 진찰을 받고
약을 복용한다.
6개월이 되면 정기 검진을 받는다. 가슴사진, 채혈 검사, 심전도,
초음파 검사 등으로 심장의 상태를 진찰 받는다.
검사를 받기 위해 전 날 금식을 해야 한다.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석 달 전 일이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서 부터는 하나 하나가 모두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내게 다가오는 시간인 줄 알았다.
채혈 실에서 번호표를 뽑아, 채혈을 하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소변을 받는데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제는 심부전 검사실이나, 초음파 검사실에서도 기다린다.

간호사가 내어준 검진복을 입고 앞의 검진 자가 검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의사의 명에 따라 옆으로 눕고, 팔을 올려 찍고 반듯하게 누워서도 촬영한다.
의사의 손길은 바쁘다.
컴퓨터의 마우스 같은 물체를 가슴에 대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문지른다.
어느 곳에서는 잠깐 멈추고 찰칵하고 찍는다.
이번에는 배 쪽에서도 같은 방법이다.
마치고 나더니 가슴부터 목 줄기를 쭉 따라 올라 가면서
이리저리 샅샅이 살펴본다.
내 몸을 맡기고 가만히 기다릴 뿐이다.
촬영을 하는 순간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혹시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의사가 말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한참 뒤에 나의 검진은 끝났다.

내가 기다렸듯이 내 뒷사람들도 기다렸을 것이다.
결과는 예약한 진료실에서 보란다.
예약실 앞에서 기다렸다.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왔을까.
저 사람들도 나처럼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예약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사람의 삶이 기다림이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린다.
그 이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 열 달이 아니라 몇 10년이 넘는 기다림이다.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헤아릴 수 없는 기다림이다.
사람들은 이토록 긴 기다림 속에서 살아 왔음에도 때로는 조금만
기다려도 짜증을 내고 성화다.
기다림은 인내와 수양이 필요한 듯하다.

사람은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나이가 들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야 한다.
학교생활도 입학에서 졸업까지 많은 세월의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
학교를 마치면 다시 자기 일을 찾아 시회로 진출하게 된다.
사회생활 속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기다림이다.
성장을 위한 인내와 노력도 기다림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기다림의 세월이다.
벗과의 만남, 남녀의 만남, 직장 동료와의 만남, 모두가 기다림에서 온 결과다.
모두가 많은 기다림에서 이루어진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마음이 설레고, 더디 가는 시간이 조금은
원망스럽고 조급하기도 하나 기다리면 만나게 된다.

군대에서는 제대날짜가 가장 기다려진다.
군대의 병영생활은 참으로 긴 인내와 기다림이다.
병영생활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이다.
신성한 국토방위의 임무라기보다는 남자로서 거처야만 할 과정이다.
나의 31개월 군대생활은 길었다.
하루가 이틀 되고, 한 해가 두 해 되더니 제대날짜가 다가왔다.
군대생활을 한 사람은 누구나 제대날짜를 기다렸을 것이다.
1년보다는 한 달이 더 기다려졌고, 한 달보다는 하루가 더 기다려졌다.
제대라는 기쁨도 기다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나무는 잎을 피우기 위해 긴긴 겨울을 지내면서 봄을 기다린다.
여름이 되면 산의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꽃을 피운다.
가을이 되면 모든 산은 붉은 잎으로 치장을 하고 들판은 수확을
기다리는 곡식이 넘실댄다.
겨울이 오면 나무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없이 서 있다.
눈이 내리면 소복이 맞는다.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사람은 인생을 설계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청년기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식과 교양을 넓히고 쌓아서
살아가는 양식으로 삼는다.
장년이 되면 성숙한 사람으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책임도 따른다.
노년은 인생을 마무리짓는 때다.
이순(耳順)의 지혜로 지내는 일이 으뜸일 것이다.
기다림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삶은 기다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듯하다.
기다림은 인내와 수양에서 얻어야 할 지혜일 것이다.
기다림은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수용과 긍정의 마음이 없다면 기다림은 짜증이요 불만 덩어리일 것이다.
기다림에 익숙하다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수확할 가을까지 기다린다.
어버이는 자식의 성장을 기다린다.
사랑을 약속한 연인은 만나기 위해 기다린다.
삶과 죽음도 기다림이다.
기다림이 있어 희망이 있고, 미래도 있다.
기다림 속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기다림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내 마음은 한편 더 너그러워질 것이 아닌가.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9. 02. 24.  전체글: 1962  방문수: 959587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756 슬픈 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755 이렇게 좋은 봄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754 나의 삶은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753 아등바등 살아온 삶도 김용호김용호2019.02.03.4
1752 잊을 수만 있다면 김용호김용호2019.02.03.2
1751 파도는 바다를 친다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750 큰 별을 바라보며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749 풀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748 창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747 나무 이야기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46 가까이 더 가까이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45 추신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44 고향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43 그리움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42 밤비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41 마이산의 겨울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40 상고대와 눈꽃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39 빛과 그림자는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38 삶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37 건널 목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36 우리의 마음속에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35 마이골 할머니 장터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34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33 풍경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32 몽돌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31 사막의 도시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30 세월을 품다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29 나를 그리워하다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28 마지막 날까지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27 탑 그림자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26 구봉산에 왔다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25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24 진안 장날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23 생의 엔진음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722 작은 행복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721 동행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720 나비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719 이봐요 마이산이 하는 말 들리나요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718 아름다운 동향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717 매미 또는 전파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716 1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715 2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714 3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713 고요한 기쁨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712 진안예찬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711 꿈일지라도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710 술 한잔하자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709 저 무리 따라가고 싶네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708 용담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707 새벽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706 화분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705 인연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704 배신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703 세월은 공평하다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702 인생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701 적폐 세력 잔당들의 청소는 언제쯤일까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700 사라진 추억 칼바위의 유감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99 세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98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97 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96 후회 없는 인생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95 아름다운 마무리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94 6백 년 역사 용담향교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93 물 위에 쓴 편지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92 길라잡이 남궁선순김용호2019.01.27.1
1691 난향비蘭香碑 김재환김용호2019.01.27.2
1690 카마수트라(kamasutra) 김재환김용호2019.01.27.1
1689 가을 명상 송영수김용호2019.01.27.1
1688 디지털시대의 산골생활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87 낭랑 18세의 문학기행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86 돼지고기 비계와 곤달걀 윤일호김용호2019.01.27.1
1685 진안 고원길 가는 길 이상훈김용호2019.01.27.1
1684 봄을 찾은 진안고원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83 침묵이 그리운 세상 임두환김용호2019.01.27.2
1682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1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81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2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80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3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79 고향 느티나무 아래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78 아름다운 휴식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77 산나리 꽃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76 마이산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75 내리사랑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74 가을안단테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73 날개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72 무릉리 여행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71 물속에 심은 고향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70 사월 초파일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69 마이산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68 기다림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67 고운 님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66 동창리 자벌레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65 분홍빛 함정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64 바다의 언어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63 정 깊은 소리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62 어느 날 수첩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61 사춘기 동창생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60 마이동천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59 전설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58 꿈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57 옹달샘 거울 하나 강만영김용호2019.01.27.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