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12. 17.
 사라지는 택호(宅號)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3.17. 22:13:56   추천: 20   글쓴이IP: 175.202.95.218
진안문학: 신팔복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

우리 동네는 택호가 거의 없었다.
그냥 큰애 이름을 불러 호칭했다.
내 어머니의 택호를 쓴다면 단양리 댁이다.
어머니는 단양리에서 사양동으로 시집 온 유일한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해서 진안군 마령면 모사실 처가에 가니
그곳은 택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내 장모님의 이름은 이봉남이고 택호는 영광 댁이다.
출생지는 진안군 부귀면 거석리다.
왜정 때 전주사범학교 심상과를 1기로 졸업한 장인어른 이일수와 결혼했고,
장인이 맨 처음 전남 영광으로 발령받아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얻어진 택호다.
그 뒤로 교장 댁, 교육장 댁으로 불리게 되었다.
작은 키에 말수가 적었고. 알뜰한 살림솜씨로 내조를 잘 하셨다.
그 시절 부잣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했어도 남에게 아는 체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셨다.
아들 셋에 딸 셋을 낳아 잘 기르셨고, 가족과 사위 사랑이 깊었다.
처 작은어머님은 북천 댁이었고, 큰고모님은 상전면으로 시집을 가셨다가
가족이 다시 친정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어 이동 댁이다.
안동 댁, 수무지 댁, 용담 할머니 댁 등이 가까운 집안이었다.

택호는 남녀가 혼인하게 되면 아이들이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어주는 전래 풍속이었다.
한 마을에 사는 이웃들과 변별력을 주어 혼돈을 피하는 택호는
이름 대신에 부르는 별칭이다.
보통 여자의 출신지 이름에 댁을 붙여서 만들며 관직이나 당호(堂號)를
붙여 쓰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택호는 집안의 어른들이 모여 지어주거나, 학식이 있는 분에
의뢰해 짓기도 했고, 남편의 친구들이 모여 지어주기도 했다.
택호를 받으면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남편은 여자의 택호를 따르게 되었다.
이 또한 남편이 형제와 구별하기 쉽게 하려는 뜻이었다.
그렇게 보면 사양동으로 시집 온 내 처는 마령 댁이 되고
나는 마령 양반이 된다.
그렇지만 내 처가 친정에 가면 사양동 신 서방네(신실)가 된다.
나는 사양동 신 서방이다.

택호는 촌수에 따라서 호칭이 변한다.
동기간에는 영광 댁, 영광 새댁, 영광 형님 등이고, 숙질간에는
영광 아주머니, 조손간에는 영광 할머니로 부른다.
직함에 따라 부인(夫人)은 생원 댁, 현감 마님 등으로 부르고,
남자는 부사 양반, 판서 영감 등이다.
당호는 그 집 이름을 말하는 고유명사이므로 당호를 쓰면 변별력이
좋은 택호가 된다.
긴요하게 쓰였던 택호는 좋은 뜻을 심어 지어주고 뜻과 같이 좋은
세상을 살라는 조상들의 염원이 담긴 별칭이었다.

택호도 시대가 변해서 쓰지 않는 망태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농업사회에 잘 맞던 택호는 산업사회의 핵가족 시대에 필요한
호적 이름에 밀려나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좀 더 활동 범위를 넓혀 큰 범위로 이어가면 택호가
무수히 겹치게 되어 변별력을 잃는다.
또한 그 사람의 성품이나 인격을 고스란히 나타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오늘날 택호보다는 실명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제의 권위시대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름이 당당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현대 생활의 폭을 넓혀가면서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댁으로 살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녀 평등시대에 자기 이름으로 사는 게 훨씬 인격적이라 생각된다.
학자, 경제인, 체육인, 정치인 등 수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성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고 전통사회의 삶의 방식이 점점 사라지면서
택호도 그 전승이 약화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옛날 가족과 친척이 한 마을에 살며
정겹게 부르던 택호가 아직도 내 마음 한 편에 빛 바랜 사진처럼 남아있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12. 17.  전체글: 1824  방문수: 946567
진안문학
알림 0*김용호2018.11.20.*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1732 어린 연꽃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731 독도 사랑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730 민들레 구연배김용호2018.12.17.2
1729 바람이 불면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728 봄날 풍경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727 불두화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726 해 지는 겨울 바다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725 하산 길 아이 좋아라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724 버팀목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723 봄바람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722 산사 가는 길에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721 시골집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720 아버지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719 어머니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718 장구벌레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717 전국 노래자랑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716 오늘을 살아갈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12.17.1
1715 겨울 밤 신중하김용호2018.12.13.3
1714 눈뜨는 아픔 구연배김용호2018.11.25.2
1713 강가에서 구연배김용호2018.11.25.2
1712 딱지 이점순김용호2018.11.25.3
1711 무제 이점순김용호2018.11.25.2
1710 낙엽의 꿈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709 馬耳山 노을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708 길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707 민들레 일생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706 바다는 어머니 고향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705 가을은 김용호김용호2018.11.24.3
1704 고백 김용호김용호2018.11.24.2
1703 풍경 구연배김용호2018.11.24.2
1702 무인도 구연배김용호2018.11.24.2
1701 매듭 김수열김용호2018.11.21.1
1700 고독한 계절에 김수열김용호2018.11.21.2
1699 사랑과 희망을 준 두 여자 윤재석김용호2018.11.21.1
1698 세월이 흐르는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97 당신과 나 사이에서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96 어느 여인의 미소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95 어머니와 봄볕 구연배김용호2018.11.20.1
1694 이별 김상영김용호2018.11.20.1
1693 고향 유진숙김용호2018.11.20.1
1692 꽃 전근표김용호2018.11.20.1
1691 청매의 봄 전병윤김용호2018.11.20.1
1690 아버지의 계절 정재영김용호2018.11.20.1
1689 나의 부모님 조준열김용호2018.11.20.1
1688 무제 임두환김용호2018.11.20.1
1687 여행을 꿈꾸며 이호율김용호2018.11.20.1
1686 복권의 행복 이호율김용호2018.11.20.1
1685 펜혹 이현옥김용호2018.11.20.1
1684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8.11.20.1
1683 中氣 이동훈김용호2018.11.20.1
1682 손전화 집에 놓고 나온 날 윤일호김용호2018.11.20.1
1681 이것은 뭘까 성진명김용호2018.11.20.1
1680 진짜 진안 스타일 노덕임김용호2018.11.20.2
1679 향기로운 사람(의인義人) 김재환김용호2018.11.20.1
1678 당신 김예성김용호2018.11.20.1
1677 무제 남궁선순김용호2018.11.20.1
1676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8.11.20.1
1675 가는 세월 신팔복김용호2018.11.20.1
1674 손 김완철김용호2018.11.20.1
1673 꽃 편지 김강호김용호2018.11.20.1
1672 옹달샘 거울 하나 강만영김용호2018.11.20.1
1671 바람 이는 고갯마루 이상훈김용호2018.11.20.1
1670 무제 이용미김용호2018.11.20.1
1669 귀근(歸根) 이운룡김용호2018.11.20.1
1668 감자꽃 이필종김용호2018.11.20.1
1667 민족의 공적(公敵) 우덕희김용호2018.11.20.1
1666 족두리 꽃 서동안김용호2018.11.20.1
1665 속금산 천황문 문대선김용호2018.11.20.1
1664 멀리 있기에 김용호김용호2018.11.12.1
1663 자화상 김용호김용호2018.11.12.1
1662 쉰둥이의 철학 이점순김용호2018.11.12.1
1661 추억 이정우김용호2018.11.12.1
1660 도담삼봉에 핀 꽃 신팔복김용호2018.11.12.1
1659 늦가을의 침묵 김수열김용호2018.11.07.1
1658 11월에는 김용호김용호2018.11.07.1
1657 슬픈 이별 김용호김용호2018.11.07.1
1656 헤어질 때 김용호김용호2018.11.07.1
1655 황혼이 물들 때 한숙자김용호2018.11.07.0
1654 지켜야 할 양심 신팔복김용호2018.11.05.2
1653 그리움 구연배김용호2018.10.23.2
1652 고요를 찾아 구연배김용호2018.10.23.2
1651 가을낙엽의 비밀 김수열김용호2018.10.23.2
1650 구절초 김수열김용호2018.10.23.1
1649 10월은 김용호김용호2018.10.23.1
1648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 대회 사진 몇 장 김용호2018.10.21.1
1647 바다 위를 가르는 해상케이블카 임두환김용호2018.10.16.1
1646 서예전시회에 참여하고서 윤재석김용호2018.10.16.1
1645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임두환김용호2018.10.04.2
1644 농부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43 선행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42 겨울나무의 지혜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641 추석의 맛 송편과 신도주 임두환김용호2018.09.23.1
1640 고추잠자리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39 곡두 이점순김용호2018.09.07.2
1638 길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637 꼭두서니 이점순김용호2018.09.07.2
1636 낮닭 이점순김용호2018.09.07.2
1635 빛의 언어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34 수신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633 움켜쥔 손 김수열김용호2018.09.07.2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