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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소묘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3.06. 23:41:58   추천: 23   글쓴이IP: 220.82.128.237
진안문학: 정재영

어떤 소묘

정재영

산골 비탈 다랑이 자운영 꽃밭 하얀 토끼를 새끼로 알고
걸음을 멈춰 내려보는 구름떼들로
빛 가려 그늘진 해가
구름을 치우려 휘젓는 손길

놀란 구름이 떨어뜨린 빨간 이슬 몇 알을
햇빛 물든 초록 잎 작은 손으로 잡아
토끼 작은 입술에 넣어 주는
파란 하늘빛에 물든 검푸른 산 속

나지막한 황톳길 곁에 가을 잎 맥없이 진 날
빨간 열매를 잔뜩 매달아 둔 명감 나무 넝쿨에 걸린
하루 종일 잡힌 햇빛 발걸음

펑펑 내리던 눈발 휘날려
산과 밭은 하얀 토끼가 되어
따스한 침묵으로 졸고 있는 겨울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색으로 평평해 지는 것을
단색 침묵이 정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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