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02. 23.
 백수가 된 우체통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9. 00:53:33   추천: 4   글쓴이IP: 175.202.95.40
진안문학: 신팔복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

작은 구멍가게 앞에 멀쩡한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그곳을 지키고 있다.
기쁜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라는 듯 그 우체통에는 제비가 그려져 있다.
강남에서 날아온 제비는 무척 바쁘게 집으로 드나들었다.
요즘 우체통은 관리하는 집배원들이 다녀갈 뿐,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명실상부한 통신국이 설치된 것은 1895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편업무를 시작해서 경향 각지로 소식을 전한지 120세의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빠르게도 번창했다가 그 효용을 다하고 현대의 통신기술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전화부스와 더불어 매년 조금씩 철거한단다.
진안읍에도 여덟 군데서 발견된다.

전화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교통수단도 없어 이웃이나 타향에 소식을
전하려면 인편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게 옛날이었다.
그 시절, 멀리 시집보낸 딸의 소식을 들으려면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했으니,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애틋했으랴.
내 학창시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급하게 부고를 만들어
몇 사람을 여러 마을로 보내 전달한 적이 있었다.
편지로 띄우면 도착 날이 늦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부고를 띄우는데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했었다.
통신이 발달해서 우리 생활이 무척 편리해진 것을 실감했다.

내가 처음 편지를 쓴 것은 아마 국군장병 위문편지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시절 연말이 다가오면, 고사리 손으로 연필을 꾹꾹 눌러
이름도 모르는 국군장병 아저씨에게 편지를 썼다.
내용은 잊었지만, 나라를 지켜줘서 감사하다는 것과 추운 겨울에
몸 건강하시라는 기원이었다.

내가 편지를 처음 읽은 것은 객지 생활을 하는 자식이 집으로 보내 준
편지를 읽어준 것으로 기억된다.
누런 편지봉투도 많았는데 받는 이와 보내는 이의 주소와 이름을 적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으면 편지가 발송되었다.
우편번호는 없었다. 형제자매나 친척간에 안부를 묻는 내용이
일상의 편지였다.
나도 목포에 살던 사촌 형으로부터 편지를 처음 받았었다.
일 년에 몇 통 받는 편지였지만, 편지를 받으면 무척 기뻤다.
집에서 보낸 편지를 군대에서 받을 때는 내용의 희비를 떠나
콧등을 찡하게 울렸다.
객지에서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집안 사정과 농사일정도 알 수
있었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래서 두 아들이 번갈아 공군에 입대했을 때도 내가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인생에 젊은 시절이 있듯이 우체통도 화려했던 전성시대가 있었다.
전 국민의 의무교육이 주창되어 국민교육을 시행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교육세대가 우체통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연말연시가 되면 연하장이나 연하 엽서를 보내는 게 유행이었다.
문방구마다 연하장 판매가 성업이었고 우체국도 넘쳐나는 편지로
특별 근무를 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주고받는 편지나 연하장은 큰 기쁨이 되었고
새해의 희망으로 이어졌다.
그때는 우체통의 배가 불렀다. 학창시절과 연애시절에는 보내고 싶은
편지도 많았고, 받고 싶은 편지도 많아 빨간 우체통은 기다림의 상징이었다.

가끔 편지를 받게 되는데 문학 동호회의 알림이나 친구간의 모임,
애경사에 참여한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가 고작이다.
그런데 이 편지들은 전자우편으로 보내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수취인만 바꿔서 보내는 것으로 편지 대행업체의
전자우편이라서 우표 없이도 날아든다.
편리하지만 새겨 볼 문장도 없고 정도 깊지 않아
한 번 읽고 버리기 일쑤다.

취미로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도 많았다.
독립기념우표, 대통령의 근영, 무궁화 꽃, 태극기, 한국의 사계절과 철새,
아름다운 동물 등 아주 다양했다.
또한, 매년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발행하는 기념우표가 있어
수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혼하고 아내가 가져온 우표수집 책 두 권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우표로 병풍을 만들 목표로 수집했다는데 뜻을 이루지 못해
명품을 잃은 것처럼 아쉽기만 하다.

편지글 속에는 가족의 사랑과 애환이 들어있고, 삶의 길과 인생의
역사도 묻어있다.
온갖 비밀을 말없이 간직한 우체통은 오늘도 잠자는 듯이 지난
세월을 보듬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월의 무상을 느낀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02. 23.  전체글: 1648  방문수: 812715
진안문학
알림 0*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648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4
1647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2
1646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3
1645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2
1644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2
1643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2
1642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2
1641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3
1640 살면서 김용호김용호2018.02.03.2
1639 사라지는 동네이발소 임두환김용호2018.02.03.4
1638 난국회(蘭菊會) 임두환김용호2018.02.03.3
1637 데미샘을 찾아서 윤재석김용호2018.02.03.3
1636 막걸리 윤재석김용호2018.02.03.4
1635 연녹색 나이 신팔복김용호2018.02.03.2
1634 할머니의 이야기 신팔복김용호2018.02.03.4
1633 화암사 이점순김용호2018.02.03.4
1632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이점순김용호2018.02.03.3
1631 헌책방 모서리에 서다 이점순김용호2018.02.03.3
1630 어느 날 작은 돌풍이 정재영김용호2018.02.03.2
1629 어떤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2.03.4
1628 욕심 정재영김용호2018.02.03.3
1627 오늘을 사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02.03.4
1626 꽃의 말 김수열김용호2018.02.03.3
1625 꽃샘추위 임두환김용호2018.01.30.5
1624 길 고양이 임두환김용호2018.01.30.4
1623 나를 설레게 한 검정운동화 윤재석김용호2018.01.30.5
1622 겨울햇볕과 함께 윤재석김용호2018.01.30.5
1621 대설 단풍 신팔복김용호2018.01.30.5
1620 눈 내린 계곡 길 신팔복김용호2018.01.30.6
1619 격세지감 이용미김용호2018.01.29.5
1618 얼굴 없는 천사 임두환김용호2018.01.29.6
1617 함박 눈 김수열김용호2018.01.26.7
1616 작은 별 하나 김수열김용호2018.01.26.6
1615 고향 김수열김용호2018.01.26.5
1614 겨레는 슬프다 김수열김용호2018.01.26.8
1613 다름으로 만남 사람들 김수열김용호2018.01.26.7
1612 얼음새 꽃 이점순김용호2018.01.26.7
1611 춘설春雪 이점순김용호2018.01.26.6
1610 옛집 이점순김용호2018.01.26.5
1609 친구 이점순김용호2018.01.26.6
1608 갱년기 이점순김용호2018.01.26.7
1607 먼 훗날 그 날에 정재영김용호2018.01.26.7
1606 우수의 강 정재영김용호2018.01.26.6
1605 사랑의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1.26.5
1604 가을 들판 정재영김용호2018.01.26.8
1603 사랑이여 정재영김용호2018.01.26.6
1602 2018년 정기 총회 참여하실 분  김용호2018.01.23.0
1601 바람 이필종김용호2018.01.17.7
1600 빈집 김수열김용호2018.01.17.6
1599 오늘을 사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01.17.5
1598 곡선의 노래 김수열김용호2018.01.17.7
1597 노을 한 짐 지고서 김수열김용호2018.01.17.10
1596 슬픈 얼굴 김수열김용호2018.01.17.8
1595 나말고 나 이점순김용호2018.01.17.6
1594 시처럼 이점순김용호2018.01.17.9
1593 들꽃이기를 이점순김용호2018.01.17.7
1592 조금만 더 이용미김용호2018.01.17.9
1591 삶 이필종김용호2018.01.06.7
1590 바람 이필종김용호2018.01.06.8
1589 백두산 정상에서 이필종김용호2018.01.06.6
1588 모습 이점순김용호2018.01.06.8
1587 몫 이점순김용호2018.01.06.11
1586 까치 밥 이점순김용호2018.01.06.6
1585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1.06.7
1584 담쟁이 이점순김용호2018.01.06.9
1583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김수열김용호2018.01.06.7
1582 봄꽃 아내 김수열김용호2018.01.06.10
1581 꽃의 말 김수열김용호2018.01.06.8
1580 제 3회 진안예찬 백일장 대회 수상작 글 모음 김용호2017.12.31.8
1579 하루하루 김용호김용호2017.12.30.11
1578 능소화의 미소는 김용호김용호2017.12.30.11
1577 못 잊어 김용호김용호2017.12.30.11
1576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7.12.30.11
1575 하얀 가슴에 김용호김용호2017.12.30.10
1574 내 삶을 검색한다 송영수김용호2017.12.30.8
1573 오일장에 막걸리 두 잔 마신 여자 이용미김용호2017.12.30.8
1572 마이산의 꿈과 사랑 이야기 이용미김용호2017.12.30.10
1571 막내올케 왕미례김용호2017.12.30.8
1570 어느 날 일기 신팔복김용호2017.12.30.9
1569 길에서 허호석김용호2017.12.30.8
1568 눈보라 허호석김용호2017.12.30.9
1567 낮달 구연배김용호2017.12.30.8
1566 누에 구연배김용호2017.12.30.9
1565 초승달 구연배김용호2017.12.30.12
1564 덕유평전 이필종김용호2017.12.30.11
1563 매화 이필종김용호2017.12.30.11
1562 세월에 지친 친구야 이병율김용호2017.12.30.11
1561 진안천 뚝 길의 단상 이병율김용호2017.12.30.11
1560 그리운 山河 허호석김용호2017.12.30.9
1559 진화의 수수께끼 허소라김용호2017.12.30.8
1558 여름날 전라도 허소라김용호2017.12.30.11
1557 봄날 전라도 허소라김용호2017.12.30.7
1556 달맞이꽃 한숙자김용호2017.12.30.10
1555 시종(始終) 최규영김용호2017.12.30.11
1554 시공(時空) 최규영김용호2017.12.30.9
1553 손석배 선생님의 부음을 듣고 최규영김용호2017.12.30.9
1552 전주 한옥마을 전병윤김용호2017.12.30.11
1551 매사냥의 시연장에서 전병윤김용호2017.12.30.7
1550 데미샘의 길 전병윤김용호2017.12.30.10
1549 흔적(痕迹) 전덕기김용호2017.12.30.6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