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05. 23.
 복사꽃 향기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9. 00:53:21   추천: 11   글쓴이IP: 175.202.95.40
진안문학: 신팔복

복사꽃 향기

신팔복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을 지키던 골짜기 얼음도 어느새 녹아 내렸다.
냇물은 졸졸졸 흐르며 봄의 소리를 들려주고, 따스한 봄기운이
산과 들로 퍼져 나간다.
양지는 푸른 새싹이 돋는다. 벌써 개울가 버들강아지가 봄소식을 전한다.
뽀얀 솜털에 싸인 꽃들이 가지마다 촘촘하게 붙어 앙증맞다.
속으로만 웅크리고 겨울잠에 빠져있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긴 겨울 추위에도 쉬지 않고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오고, 종다리가 보리밭 언덕에서 흥겹게
노래할 때면, 산과 들에 수많은 꽃이 피기 시작한다.
노랑 개나리가 피고 분홍 진달래도 무리 지어 피어난다.
이곳저곳에서 꽃소식이 전해오면 상춘객을 부르는 꽃 축제도 시작된다.
제주도 봄은 유채꽃 축제로 시작되지만, 육지의 봄은 섬진강 변 꽃을 따라
내륙으로 올라온다.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매화축제가 열리고 뒤질세라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서도 산수유 꽃 축제를 연다. 섬진강과 매화꽃,
지리산과 산수유 꽃은 서로 잘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든다.

완연한 봄바람을 맞으며 피는 복사꽃은 옅지도 짙지도 않은
붉은 색이 매혹적이다.
양지바른 언덕에 저절로 자란 복숭아나무에 촘촘히 붙은 복사꽃은
사춘기 어린 마음에 그리움을 주었다.
도회지로 떠난 친구의 모습이 어렸고, 시집간 사촌 누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복사꽃이란 시조를 지어 교지에 싣기도 했었다.
그런 추억의 산물이었을까? 결국, 복숭아 과수원을 만들었다.
매년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온 과수원을 붉게 물들였다.
마이산을 찾는 길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꽃을 감상하곤 했었다.

그 뒤로 우리 동네는 과수원이 많아졌다.
산자락 과수원에 복사꽃이 한창 어우러지면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마이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작품들은 지금도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아 있다.
복숭아나무에 잎이 나고 꽃 속에 숨었던 보송보송한 열매가 커져 낯빛
고운 봉숭아가 되면 입가에 군침이 돈다.
물에 잔털을 씻어내고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이 맛을 돋운다.

아내는 복숭아를 좋아했다.
첫 아이를 가진 뒤 입덧으로 복숭아를 찾았다.
싱싱한 복숭아를 먹으면 속이 가라앉는 듯 보였다.
겨울에는 황도 복숭아 통조림을 사다 주었다.
남자들은 모를 일이지만 숫제 먹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시래깃국을
찾기도 하고, 철이 지난 과일을 찾기도 한다.
밭가에 한두 그루씩 있었던 복숭아는 과일이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맛이 썩 좋았다.
이웃집에서 따오는 복숭아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복숭아를 갉아먹는 애벌레도 많았다.
농약이 없던 시절이라 복숭아벌레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복숭아는 저녁에 먹어야 좋다는 말이 있었다.
애벌레가 먹은 곳을 파내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먹을 것이 귀했던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곱게 피는 꽃은 봄의 전령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꽃을 좋아하는 데는 나이가 따로 없다.
옛날 보았던 꽃들이지만, 지금 그 꽃이 더욱 곱게 보이는 것은
세월이 덧붙여주는 감정일지 모르겠다.
꽃을 보면 누구나 행복을 느낀다.
꽃 같은 젊은 시절은 정열적으로 꽃을 보지만, 나이 들어 노년에 보는
꽃은 깊은 감상이 흐른다.
어느 꽃인들 안 좋은 꽃이 있겠는가?
이 봄에도 복사꽃은 추억과 행복으로 내 곁에 다가오고 있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05. 23.  전체글: 1696  방문수: 879744
진안문학
알림 0*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696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김용호2018.05.09.2
1695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김용호2018.05.09.2
1694 칠판 앞에서 생긴 일 윤재석김용호2018.04.27.6
1693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임두환김용호2018.04.27.4
1692 J 표 국수 윤재석김용호2018.04.13.4
1691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김용호2018.04.13.4
1690 어릴 적 모두가 그렇듯 정재영김용호2018.04.01.3
1689 외길 정재영김용호2018.04.01.4
1688 날개 돋던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4.01.3
1687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8.04.01.5
1686 다름으로 만남 인연들 김수열김용호2018.04.01.5
1685 봄비 김수열김용호2018.04.01.5
1684 4월이 오면 윤재석김용호2018.03.27.4
1683 지게꾼에서 택배회사로 윤재석김용호2018.03.27.5
1682 술 이야기 2 신팔복김용호2018.03.27.5
1681 술 이야기 3 신팔복김용호2018.03.27.6
1680 분원의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25.2
1679 選擇과 評價 정재영김용호2018.03.25.3
1678 술 이야기 1 신팔복김용호2018.03.25.7
1677 사립문 윤재석김용호2018.03.25.4
1676 오늘 이점순김용호2018.03.25.6
1675 작은 숲 이점순김용호2018.03.25.4
1674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열김용호2018.03.25.4
1673 시간이 없습니다 김수열김용호2018.03.25.5
1672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김용호2018.03.25.8
1671 우리 둘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03.25.5
1670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김용호2018.03.21.11
1669 못줄 없는 모내기 신팔복김용호2018.03.21.8
1668 감동의 드라마 컬링 임두환김용호2018.03.21.7
1667 잠들지 못하는 나무 이점순김용호2018.03.21.10
1666 담 이점순김용호2018.03.21.8
1665 구도 구연배김용호2018.03.21.8
1664 금잔화 구연배김용호2018.03.21.7
1663 봄이 오는 길에서 정재영김용호2018.03.21.4
1662 만남 그리고 작별 정재영김용호2018.03.21.7
1661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김용호2018.03.17.10
1660 저울의 원리 윤재석김용호2018.03.17.6
1659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김용호2018.03.17.14
1658 그대가 되기 위해 김용호김용호2018.03.06.12
1657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8.03.06.8
1656 꽃물 이점순김용호2018.03.06.8
1655 촛불 이점순김용호2018.03.06.8
1654 꽃잎에게 정재영김용호2018.03.06.9
1653 어떤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06.10
1652 지팡이 김수열김용호2018.03.06.9
1651 날마다 전쟁터인데 김수열김용호2018.03.06.9
1650 꽃바람 구연배김용호2018.03.06.9
1649 진달래 구연배김용호2018.03.06.7
1648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12
1647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11
1646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12
1645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16
1644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6
1643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6
1642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10
1641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12
1640 살면서 김용호김용호2018.02.03.12
1639 사라지는 동네이발소 임두환김용호2018.02.03.12
1638 난국회(蘭菊會) 임두환김용호2018.02.03.13
1637 데미샘을 찾아서 윤재석김용호2018.02.03.12
1636 막걸리 윤재석김용호2018.02.03.12
1635 연녹색 나이 신팔복김용호2018.02.03.13
1634 할머니의 이야기 신팔복김용호2018.02.03.8
1633 화암사 이점순김용호2018.02.03.11
1632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이점순김용호2018.02.03.9
1631 헌책방 모서리에 서다 이점순김용호2018.02.03.10
1630 어느 날 작은 돌풍이 정재영김용호2018.02.03.11
1629 어떤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2.03.16
1628 욕심 정재영김용호2018.02.03.10
1627 오늘을 사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02.03.16
1626 꽃의 말 김수열김용호2018.02.03.11
1625 꽃샘추위 임두환김용호2018.01.30.16
1624 길 고양이 임두환김용호2018.01.30.8
1623 나를 설레게 한 검정운동화 윤재석김용호2018.01.30.13
1622 겨울햇볕과 함께 윤재석김용호2018.01.30.17
1621 대설 단풍 신팔복김용호2018.01.30.17
1620 눈 내린 계곡 길 신팔복김용호2018.01.30.14
1619 격세지감 이용미김용호2018.01.29.14
1618 얼굴 없는 천사 임두환김용호2018.01.29.15
1617 함박 눈 김수열김용호2018.01.26.19
1616 작은 별 하나 김수열김용호2018.01.26.15
1615 고향 김수열김용호2018.01.26.13
1614 겨레는 슬프다 김수열김용호2018.01.26.17
1613 다름으로 만남 사람들 김수열김용호2018.01.26.15
1612 얼음새 꽃 이점순김용호2018.01.26.19
1611 춘설春雪 이점순김용호2018.01.26.15
1610 옛집 이점순김용호2018.01.26.12
1609 친구 이점순김용호2018.01.26.16
1608 갱년기 이점순김용호2018.01.26.19
1607 먼 훗날 그 날에 정재영김용호2018.01.26.16
1606 우수의 강 정재영김용호2018.01.26.15
1605 사랑의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1.26.16
1604 가을 들판 정재영김용호2018.01.26.25
1603 사랑이여 정재영김용호2018.01.26.19
1602 2018년 정기 총회 참여하실 분  김용호2018.01.23.0
1601 바람 이필종김용호2018.01.17.15
1600 빈집 김수열김용호2018.01.17.16
1599 오늘을 사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01.17.14
1598 곡선의 노래 김수열김용호2018.01.17.17
1597 노을 한 짐 지고서 김수열김용호2018.01.17.18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