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10. 22.
 봄이 오는 소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9. 00:52:46   추천: 18   글쓴이IP: 175.202.95.40
진안문학: 윤재석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


햇빛이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온다.
봄이 햇빛에 실려 오면서 나의 귓전에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준다.
밖은 봄이 오는 소리에 새가 노래하고, 나무는 바람에 한들거린다.
따스한 봄빛이 나를 밖으로 유혹한다.
바람에 실려 오는 봄의 소리를 듣고자 밖으로 나가 발이 멈추고
눈이 머무는 곳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떠난다.

봄이 오는 소리에 겨우내 얼었던 화단의 땅이 벌어지고 있다.
틈새가 점점 커지더니 노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무심히 며칠 지나고 나니 화초의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온다.
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으면 아직은 덜 녹은 땅을 뚫고 나올까.
용기가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살던 시골 고향에도 봄은 왔으리라.
방죽 밑 수렁논에서는 개구리의 노래와 함께 일찍이 봄은 왔을 것이다.
햇볕 따뜻한 양지쪽에 꼬르륵거리며 힘을 다해 액체 주머니에
알을 낳아 놓았을 테지.
어릴 때 보던 그 개구리 알 덩어리가 하나도 아니고 온 논배미가
개구리 알 천지였었지.
막대기로 개구리 알을 건져내려 애쓰던 그 동무들이 보고 싶다.
개구리의 합창은 정녕 봄이 오는 소리다.

시골 높은 산에 눈이 다 녹고 얼음이 풀리니 시냇물이 불어나
징검다리를 적시고 있다.
시냇가 버들강아지는 시냇물에 허리를 반쯤 적셨다가 다시 고개
들기를 반복한다.
버들강아지가 지고 나면 잎이 피기 시작한다.
한 가지 꺾어서 호뚜기(호드기)를 틀어 저 마다 불고 다니던 시절이
마냥 재미있었다.
시냇물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물고기는 버들강아지가 먹이 인 줄 알고
팔짝팔짝 물 위로 뛰어오른다.
봄날의 햇빛에 물 위로 솟아오른 물고기가 은빛으로 반짝거렸었지.

마을 뒷동산에는 밭 가는 농부의 소모는 소리가 산자락을 울린다.
이랴 자랴(이리저리) 하며 소를 모는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되어 들린다.
소를 모는 농부가 바쁘다.
아침나절에는 이 밭 갈고 저녁때는 재 넘어가서 작년에 심었던
고춧대도 뽑고 밭을 갈아야 한다.
일은 바쁜데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생겨난 송아지는 눈치 없이
제 어미의 젖만 먹으려 달려든다.
그래도 송아지를 잘 키워야한다.
팔아서 둘째 아들 녀석 대학교 등록금 대야 하니까.
마음 한편으로는 보물단지 같은 녀석이다.

봄바람에 나뭇가지의 푸른빛이 짙어지고 있다.
나물 캐는 아낙네 보기가 힘든 내 고향이 되었으리라.
나물 캐던 그 아가씨 볼 수 없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붉은 댕기 머리의
봄처녀는 기억 속의 그대로다.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을 찾아다니는 봄 처녀의 옷고름은 바람에
나부끼고 빨강 댕기머리는 발걸음을 옮길 적마다 등에서 춤을 춘다.
나물 찾아 밭이랑을 넘어 논두렁으로 다니다 보니 산모퉁이 아지랑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야가 먼 곳에서 나비처럼 너울거린다.
그 모습이 그리도 보기 좋았는데…….

해마다 봄바람이 남촌에서 온다더니 하늘에는 바람에 밀려 옅은
구름이 흐르고 있다.
뜰 안의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있다.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과 어울려 부는 바람이 이곳저곳 다니며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앞을 가로막는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넓고 좁은 곳을 탓하지 않고 가로막으면 비켜 간다.
이렇게 바람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봄이 오는 소리를 알리고 다닌다.

향나무와 감나무 가지에 참새며 이름 모를 새들이 어울려 봄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부르는 노래는 짹짹 찍찍하며 단조로운 음이다.
그래도 신나고 재미있는 모습이다.
봄소식이 반가운 것 같은 몸짓이다.
봄이 오니 벌써 짝짓기에 정신이 팔린 녀석이 있다.
날갯짓을 하는 행위가 수상하다. 따뜻한 봄이 왔으니 어서 새끼를 낳아야
대를 이을 게 아닌가.
참 부지런한 녀석이다.

앞집 높다란 은행나무에는 까치 한 쌍이 앉아 있다.
까치의 노래도 봄이 오는 소리다.
까치는 집을 잘 짓는 뛰어난 건축가다. 올해는 어디다 집을 지을까 생
각하면서 은행나무 높은 곳에서 새로운 주택 단지를 찾고 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바쁘다.
동쪽을 보고는 잠시 머물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마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남쪽을 보고는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까치들도 남향집을 좋아하는가 보다.
나는 은근히 마음속으로 남향으로 짓기를 바라고 있다.
북쪽으로 등을 두고 남쪽을 향하여 지어라.
우리 집이 남향이니 까치도 남향으로 지어 이웃할까 하는 생각이다.
풍수지리로 말하면 자좌오향子坐午向이다.
은행나무를 살펴보니 다른 까치집이 보이지 않는다.
이웃이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갈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남향집은 3대가 적선을 해야 짓는다는 말이 있다.
남향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다.
너희도 잘 아는 일 아니냐?
거기다 터 잡고 집을 지어라.
우리 좋은 이웃 하자꾸나.

봄이 오는 소리는 세월의 흐름에도 그대로인데 사람은 변하는구려.
그리하여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인무백세지인人無百歲之人
사람은 백세 살기가 어렵다 했는가 보다.
봄이 오는 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먼 산의 벚꽃 만발하고 뜰 안의 철쭉은 피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 들으며 이제 나도 수필 쓰기에나 묻혀 볼까?.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10. 22.  전체글: 1740  방문수: 932604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732 20181020 김용호2018.10.21.0
1731 바다 위를 가르는 해상케이블카 임두환김용호2018.10.16.1
1730 서예전시회에 참여하고서 윤재석김용호2018.10.16.1
1729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임두환김용호2018.10.04.2
1728 농부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7 선행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6 겨울나무의 지혜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5 추석의 맛 송편과 신도주 임두환김용호2018.09.23.1
1724 고추잠자리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3 곡두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2 길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1 꼭두서니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0 낮닭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19 빛의 언어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8 수신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7 움켜쥔 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6 이끼의 내력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5 요양병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4 효자 태풍 솔릭 임두환김용호2018.09.05.1
1713 나를 다듬어 가는 일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2 내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1 팽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0 빨치산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709 기록 경신에 나선 더위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708 충비 (忠婢) 이난향의 정려에서 윤재석김용호2018.08.26.1
1707 미나리 꽃이 피었는데도 신팔복김용호2018.08.26.1
1706 호박아 고맙다 윤재석김용호2018.08.17.1
1705 111년만의 폭염 특보 임두환김용호2018.08.17.1
1704 사다리 윤재석김용호2018.08.05.1
1703 계곡이 좋다 신팔복김용호2018.08.05.1
1702 아침을 여는 사람들 윤재석김용호2018.07.22.1
1701 모악산에 오르니 신필복김용호2018.07.22.1
1700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2) 임두환김용호2018.07.22.1
1699 추억의 시냇가 윤재석김용호2018.07.12.2
1698 무논에서 풀을 뽑으며 신팔복김용호2018.07.12.1
1697 비밀번호시대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96 백세시대를 준비하며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95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임두환김용호2018.07.06.1
1694 지팡이 임두환김용호2018.06.05.2
1693 그 예언이 실현될 것 같아서 신팔복김용호2018.06.05.2
1692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윤재석김용호2018.05.27.8
1691 좋고 타령 박희종김용호2018.05.27.8
1690 모내래시장 신팔복김용호2018.05.25.8
1689 평화와 번영 통일로 가는 길 윤재석김용호2018.05.25.8
1688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김용호2018.05.09.18
1687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김용호2018.05.09.9
1686 칠판 앞에서 생긴 일 윤재석김용호2018.04.27.16
1685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임두환김용호2018.04.27.16
1684 J 표 국수 윤재석김용호2018.04.13.20
1683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김용호2018.04.13.13
1682 어릴 적 모두가 그렇듯 정재영김용호2018.04.01.20
1681 외길 정재영김용호2018.04.01.11
1680 날개 돋던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4.01.21
1679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8.04.01.24
1678 다름으로 만남 인연들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77 봄비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76 4월이 오면 윤재석김용호2018.03.27.18
1675 지게꾼에서 택배회사로 윤재석김용호2018.03.27.21
1674 술 이야기 2 신팔복김용호2018.03.27.15
1673 술 이야기 3 신팔복김용호2018.03.27.22
1672 분원의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25.14
1671 選擇과 評價 정재영김용호2018.03.25.17
1670 술 이야기 1 신팔복김용호2018.03.25.23
1669 사립문 윤재석김용호2018.03.25.15
1668 오늘 이점순김용호2018.03.25.19
1667 작은 숲 이점순김용호2018.03.25.17
1666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열김용호2018.03.25.19
1665 시간이 없습니다 김수열김용호2018.03.25.16
1664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63 우리 둘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62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김용호2018.03.21.23
1661 못줄 없는 모내기 신팔복김용호2018.03.21.19
1660 감동의 드라마 컬링 임두환김용호2018.03.21.15
1659 잠들지 못하는 나무 이점순김용호2018.03.21.18
1658 담 이점순김용호2018.03.21.21
1657 구도 구연배김용호2018.03.21.19
1656 금잔화 구연배김용호2018.03.21.20
1655 봄이 오는 길에서 정재영김용호2018.03.21.18
1654 만남 그리고 작별 정재영김용호2018.03.21.20
1653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김용호2018.03.17.20
1652 저울의 원리 윤재석김용호2018.03.17.18
1651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김용호2018.03.17.25
1650 그대가 되기 위해 김용호김용호2018.03.06.23
1649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8.03.06.20
1648 꽃물 이점순김용호2018.03.06.20
1647 촛불 이점순김용호2018.03.06.23
1646 꽃잎에게 정재영김용호2018.03.06.27
1645 어떤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06.21
1644 지팡이 김수열김용호2018.03.06.23
1643 날마다 전쟁터인데 김수열김용호2018.03.06.24
1642 꽃바람 구연배김용호2018.03.06.23
1641 진달래 구연배김용호2018.03.06.20
1640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26
1639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31
1638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22
1637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26
1636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18
1635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20
1634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26
1633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27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