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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소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9. 00:52:46   추천: 18   글쓴이IP: 175.202.95.40
진안문학: 윤재석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


햇빛이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온다.
봄이 햇빛에 실려 오면서 나의 귓전에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준다.
밖은 봄이 오는 소리에 새가 노래하고, 나무는 바람에 한들거린다.
따스한 봄빛이 나를 밖으로 유혹한다.
바람에 실려 오는 봄의 소리를 듣고자 밖으로 나가 발이 멈추고
눈이 머무는 곳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떠난다.

봄이 오는 소리에 겨우내 얼었던 화단의 땅이 벌어지고 있다.
틈새가 점점 커지더니 노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무심히 며칠 지나고 나니 화초의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온다.
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으면 아직은 덜 녹은 땅을 뚫고 나올까.
용기가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살던 시골 고향에도 봄은 왔으리라.
방죽 밑 수렁논에서는 개구리의 노래와 함께 일찍이 봄은 왔을 것이다.
햇볕 따뜻한 양지쪽에 꼬르륵거리며 힘을 다해 액체 주머니에
알을 낳아 놓았을 테지.
어릴 때 보던 그 개구리 알 덩어리가 하나도 아니고 온 논배미가
개구리 알 천지였었지.
막대기로 개구리 알을 건져내려 애쓰던 그 동무들이 보고 싶다.
개구리의 합창은 정녕 봄이 오는 소리다.

시골 높은 산에 눈이 다 녹고 얼음이 풀리니 시냇물이 불어나
징검다리를 적시고 있다.
시냇가 버들강아지는 시냇물에 허리를 반쯤 적셨다가 다시 고개
들기를 반복한다.
버들강아지가 지고 나면 잎이 피기 시작한다.
한 가지 꺾어서 호뚜기(호드기)를 틀어 저 마다 불고 다니던 시절이
마냥 재미있었다.
시냇물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물고기는 버들강아지가 먹이 인 줄 알고
팔짝팔짝 물 위로 뛰어오른다.
봄날의 햇빛에 물 위로 솟아오른 물고기가 은빛으로 반짝거렸었지.

마을 뒷동산에는 밭 가는 농부의 소모는 소리가 산자락을 울린다.
이랴 자랴(이리저리) 하며 소를 모는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되어 들린다.
소를 모는 농부가 바쁘다.
아침나절에는 이 밭 갈고 저녁때는 재 넘어가서 작년에 심었던
고춧대도 뽑고 밭을 갈아야 한다.
일은 바쁜데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생겨난 송아지는 눈치 없이
제 어미의 젖만 먹으려 달려든다.
그래도 송아지를 잘 키워야한다.
팔아서 둘째 아들 녀석 대학교 등록금 대야 하니까.
마음 한편으로는 보물단지 같은 녀석이다.

봄바람에 나뭇가지의 푸른빛이 짙어지고 있다.
나물 캐는 아낙네 보기가 힘든 내 고향이 되었으리라.
나물 캐던 그 아가씨 볼 수 없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붉은 댕기 머리의
봄처녀는 기억 속의 그대로다.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을 찾아다니는 봄 처녀의 옷고름은 바람에
나부끼고 빨강 댕기머리는 발걸음을 옮길 적마다 등에서 춤을 춘다.
나물 찾아 밭이랑을 넘어 논두렁으로 다니다 보니 산모퉁이 아지랑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야가 먼 곳에서 나비처럼 너울거린다.
그 모습이 그리도 보기 좋았는데…….

해마다 봄바람이 남촌에서 온다더니 하늘에는 바람에 밀려 옅은
구름이 흐르고 있다.
뜰 안의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있다.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과 어울려 부는 바람이 이곳저곳 다니며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앞을 가로막는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넓고 좁은 곳을 탓하지 않고 가로막으면 비켜 간다.
이렇게 바람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봄이 오는 소리를 알리고 다닌다.

향나무와 감나무 가지에 참새며 이름 모를 새들이 어울려 봄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부르는 노래는 짹짹 찍찍하며 단조로운 음이다.
그래도 신나고 재미있는 모습이다.
봄소식이 반가운 것 같은 몸짓이다.
봄이 오니 벌써 짝짓기에 정신이 팔린 녀석이 있다.
날갯짓을 하는 행위가 수상하다. 따뜻한 봄이 왔으니 어서 새끼를 낳아야
대를 이을 게 아닌가.
참 부지런한 녀석이다.

앞집 높다란 은행나무에는 까치 한 쌍이 앉아 있다.
까치의 노래도 봄이 오는 소리다.
까치는 집을 잘 짓는 뛰어난 건축가다. 올해는 어디다 집을 지을까 생
각하면서 은행나무 높은 곳에서 새로운 주택 단지를 찾고 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바쁘다.
동쪽을 보고는 잠시 머물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마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남쪽을 보고는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까치들도 남향집을 좋아하는가 보다.
나는 은근히 마음속으로 남향으로 짓기를 바라고 있다.
북쪽으로 등을 두고 남쪽을 향하여 지어라.
우리 집이 남향이니 까치도 남향으로 지어 이웃할까 하는 생각이다.
풍수지리로 말하면 자좌오향子坐午向이다.
은행나무를 살펴보니 다른 까치집이 보이지 않는다.
이웃이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갈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남향집은 3대가 적선을 해야 짓는다는 말이 있다.
남향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다.
너희도 잘 아는 일 아니냐?
거기다 터 잡고 집을 지어라.
우리 좋은 이웃 하자꾸나.

봄이 오는 소리는 세월의 흐름에도 그대로인데 사람은 변하는구려.
그리하여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인무백세지인人無百歲之人
사람은 백세 살기가 어렵다 했는가 보다.
봄이 오는 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먼 산의 벚꽃 만발하고 뜰 안의 철쭉은 피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 들으며 이제 나도 수필 쓰기에나 묻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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