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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9. 00:52:33   추천: 20   글쓴이IP: 175.202.95.40
진안문학: 허호석

평설

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

서원웅의 「호수에 내리는 별」
권명희 동시집 「아이들 곁에서」
강원희의 「날고 싶은 나무」
정혜진의 「어깨동무 꽃밭」
김재순의 「왜 모르십니까」
김영기의 「찔레꽃」
김진광의 동시집 「물새는 이쁜 발로 시를 쓴다」

돌 하나가 거기에 있음과, 풀잎 끝에 바람
한자락 이는 것도 대자연의 뜻이요 섭리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으니 진실로
신비로움이요.
아름다움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모든 것들의 근원이요.
고향이다.
떠나온 고향도 마음의 고향도 모두 동심에 비롯된다.
고향을 그리워함은 많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 고향은 바로 동심이다.
서원웅의 시집을 읽으며, 지난날 그가 비록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보리밭 들판을
내달리며 꿈속에 살던 하늘을 소중하게 간직했던,
그가 걸어온 발자국들에서 찔레꽃 짙은 동심의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상수리 나뭇잎
넓은 그늘도 마다하고
돌 틈 새개울물이 좀 쉬었다
가라해도
낮은 곳으로
한사코 뻗어 나아간다.

밧줄보다 더 질긴
생명의 끈
어디까지 이으려고
그러는 걸까?

그러나 한줄기 소나기엔
허리를 펴고 잠시오던 길
뒤돌아보며
거리를 재어 본다.

한여름 쏟아지는
여름 햇살에
온몸을 풀어내고
한 뼘씩 켜가는 칡덩굴.

「칡덩굴」(2)의 전문이다. 흔치 않은 소재다.
소나무와 칡덩굴, 그 씁쓸한 맛과 향기는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온 조상의 맥과 같다.
어려운 역경에서도 쉬지 않고 그 줄기를 이어온,
그래서, 밧줄보다/더 질긴/생명의 끈/이라
표현했으리라.
돌틈 새 개울물이/ 좀 쉬었다 가라해도/낮은
곳으로/한사코 뻗어 나아간다.
서원웅은 그가 살던 전라도 장성 산촌에서
가난과 전쟁을 겪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일손을 멈추지 않고 참으며,
기다리며, 끈질기게 살아가던 어머니의 장하신
생명의 끈을 칡덩굴에서 찾고 있다.
그러므로 서원웅의 시는 고향과, 가난과, 전쟁과,
어머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서정과, 낭만과, 그리움이 진솔하게 나타난다.
까아만 밤하늘에
하나 둘
별이 떠오른다.
허수아비도
떠나 가버린
마른 논둑길에서

하늘나라
별이 되고 싶어
빈깡통에
불을 당기는
겨울 아이들.

욕심 없이
비워놓은
가슴에
제각기
한웅큼씩의 소망을
불씨로 담아
하늘나라에 띄워 올린다.

고운 별이 되게 하소서
밝은 별이 되게 하소서.

「쥐불놀이」전문이다. 포물선을 그으며 밤하늘을
나는 불꽃무지개. 폭죽으로 터지면 밤하늘에
박히는 별들을 보며 낭만과, 꿈과, 소망을
띄워 올리던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가 펼쳐 보인다.
그것은 서원웅 자신이 띄워 올린 별들이다.
그 옛날이 별들은 지금도 그의 가슴 한복판에
지워지지 않고 오늘도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고운 별이 되게 하소서! 밝은 별이 되게 하소서!
이렇듯 서원웅의 별들은 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아
그 빛이 꺼지지 않고 있음을 공감한다.

흐를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자연의 이치대로

수천 수만의 날들을
하루도 쉬임 없이
파랗게
하얗게 걸러빚었다.

꿈 한자락
바위틈에 묻어 놓고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가랑잎 속에 숨겨 놓고
살며시 뒤돌아보는
산골몰.

「산골몰」(2)의 전문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실상에 그가 걸어온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시다.
혼자만이 간직했던 작은 소망들을 바위틈
물소리에서 발견하고 가랑잎에 띄어 보내던
산골물소리에서 건져내고 있다.
그의 귀에는 항상 산골 물이 흐른다.
그래서 산골몰이 들려주는 이치대로 살아간다.
물이 잠시 고이면 살며시 뒤돌아보며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데 칡뿌리 같은 흙손을 물소리에 씻으시던
어머니와, 아무렇게나 살던 옛날 동심의 언덕을
그리워하고 있다.
서원웅의 시적 감동에서 자신을 화려하게 보이려고
위장하거나, 만들거나, 꾸미지 않고 순수하여
부담스럽지 않아 친근감이 든다.
고난을 겪어온 우리 어른들은 풍부한 서정과
낭만을 바탕으로 현대 시적 감각에 맞는 작업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느낀다.
시에서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적인 달고 맛있는
이미지가 시의 생명이다.
서원웅의 시집은 오늘날 뿌리없는 현대 어린이들에게
씁쓸한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을 고이 간직해주는
시편들로 퇴색하지 않은 순수한 동심의 불씨로
남으리라 믿는다.
시에 곡을 붙이면 노래가 되고, 시에 색을 가하면
그림이 되며, 시에 동작을 겸하면 춤과 무용과
연극이 된다.
꽃이 조화와 질서와 특유한 향기를 지녔듯이,
시는 우주만물의 근원 속으로 몰입시켜 주며 욕심과
번뇌와 증오를 바르게 다스려 주는 성서와 같은
능력을 지녔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맑은 물소리를 간직하듯이
메마르지 않은 소나무가 솔바람소리를 간직하듯이
권명희 시집을 펼치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생명수를 마시는 정결함에 젖는다.

젓내음 가득한
물빛 네 웃음이
때묻은 엄마 맘 씻어 주느니

솜 털 보송한
네 살결 닿으면
이세상 욕심덩이쯤
물거품 되어 사라지는 걸

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생기도는 엄마 마음

세상빛 다 거두어도
네 눈빛만큼 영롱할까?

해맑은 모습 그대로
곱게 피어 나
어둔 세상 밝히는
햇빛 되거라.

하나님의 손에 잡힌
작은 아이야.
「아이·2」의 전문이다.
성스러운 하나님의 손을 아무나 잡을 수 없다.
깨끗한 손을 가진 아기만이 잡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아기는 바로 천사다.
천사와 함께 있으니 기쁨이요 평화로움이다.
욕심도 부러움도 모두 사라지니 때묻은 자신의
마음도 맑아짐을 발견한다.
“세상빛 다 거두어도/네 눈빛 만큼
영롱할까?/이세상 제일의 아름다움은 바로 아기다.
엄마의 그림자도 해의 그림자도 그 발자국을
남긴다.”어두운세상 밝히는/햇빛 되거라/험한
세상 물들지 말고 바르게살기 바라는 엄마의
기도 속에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넘치고 있다.

봄별 따사로운 뜨락에
햇살이
공실 공실
기어다닌다.

아가는 얼마 몰래
햇살 따라 종종대며
뒷마루를 넘어 울담장을 건넌다.

골목을 지난
감나무 밑 그 어귀서

숨찬 아이가
햇살 잃고 웁니다.

아가 울음소리가
사립문을 열고

우물가 울긷는
엄마의 가슴팍에
따꼼한 사금파리로
날아와 꽂힙니다.

눈물 젖은 볼우물이
두레박에 담겨
엄마의 가슴위로
촉촉하게 차 오릅니다.

맨발인 채
엄마가 달려갑니다.

잃어버린 햇살을
한아름 안고

저만치서
엄마의 큰 가슴이 달려옵니다.

「아가와 햇살」전문이다.
봄은 굳었던 모든 것들의 꿈틀거림이요 새 출발이다.
그래서 아가도 문밖을 나섰다.
몰래 놀러나간 아가를 햇살을 잃은 것으로 재미있게
생각을 담았으며, 아가의 울음소리는 햇살을
잃은 것으로 염려스러움을 아름다움으로 끌어냈다.
멀리서 가느다랗게 들리는 아가의 울음소리를
엄마만이 가려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귀가
있음을“사립문 열고 따꼼한 사금파리로 날아와
꽂힌다.”고 하였다.
“눈물 젖은 볼우물이 두레박에 차는”것은
그만이 느낄 수 있는 안타까움이다.
급히 달려오는 엄마의 넓은 가슴에서 아가는
엄마의 큰사랑을 한아름 발견하고 있다.

숲 속에
조그만 나의 집을 짓고 싶어요.

마른 풀 대궁 엮어
창을 내고
색색 고운 꽃들을
피워 놓으면

뜨락 가득 꽃물결로 출렁일테지.

산새들이 물어온
아침으로 눈을 뜨고
별빛 쌓인 창가에서
잠이 들면

은하수 여물 따라
걸어오는
별들의 발자국소리 들려올거야.

달무리진 하늘가엔
차르르
노오란 금빛가루 쏟아져 내리고
찌르르
풀벌레 소리
끊이지 않는

그런 동화 같은 숲속에
예쁜 나의 집을 짓고 싶어요.

「동화 같은 숲속에」의 전문이다.
동화 속에는 아무나 살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어린이와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듯이 어린아이와
같아야 동화 속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이 겉과 속이 다른 두개씩의 얼굴들로
위장되어 있는 세상에 제 빛깔과 제 얼굴을
잃지 않고 진실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음은
부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권시인의 생각의 뜨락엔 항상 꽃 그늘이
일고 그의 창에는 별과 풀벌레들의 이야기가
반짝인다.
이렇듯 권시인의 집은 작고 초라해도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넘친다.
권명희 시인은 꿈이 아닌 실제의 동화 속에
살고 있음을 확인해 본다.
우리들이 사물이나 자연, 또는 생활 체험에서
얻어지는 느낌을 글로 나타내어 문학예술에
도달하게 되는데, 쾌감의 느낌에 도달하였을 때만이
진실로 달고 맛있는 짜릿한 시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생각의 절정에서 시가 출발한다는 뜻이요.
느낌의 절정에서만이 시의 쾌감을 맛보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잘 익은 과일을 구분해 내지 못해 과일을
아무거나 따서 맛있다고 먹어보라 전시하는 분들이 많다.
치장된 빛깔로 위장한 설익은 과일, 바로 설익은
시를 일컬음이다.
시 같은 시들이 난무하여 혼란을 일으키므로
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시의 가뭄에 강원희의 동시집
「날고 싶은 나무」와 정혜진의
「어깨동무 꽃밭」은 한줄기 시원한 목축임을
주어 반갑다.

연못에
빗방울이
팽이 돌리네
빗방울 팽이
〈강원희의 ‘빗방울’전문〉

학교갔다 돌아오면
꼬리 치는 우리 집
강아지처럼

들길을 가면
반갑다고 꼬리 치는
강아지풀.

〈강원희의 ‘강아지풀’전문〉
강원희 시집을 펼치면, 푸른 잔디밭에 잎새 하나,
바람이 벗어놓고 간 신발짝처럼, 깨끗한 곳에
띠 하나 있어 더욱 깨끗하듯 칼라시화가 돋보이는
시편들로 모두 1연이나 2연으로 간결하게
함축되어 있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스리며
가만가만 읽어도 좋을 안정감을 준다.
「빗방울」을 읽으면 연못의 빗방울 발자국마다
생기는 동글한 물무늬가 생각난다.
그 물무늬가 팽이란다.
동그란 물무늬에서 비가 팽이로 도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눈인가! 시인만이 느낄 수 있는
비의 아름다움이다.
들길, 풀밭에서 문뜩 꼬리 치는 것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에서 귀여운 강아지
꼬리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서 재미있고 정이 넘치는 강시인의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까맣게
그을은
굴뚝

첫눈이
하얗게
페인트칠해 놓았다.

강원희의「굴뚝」전문이다. 강원희는 그을은
굴뚝에서 흉한 모습을 보았다.
일년내 맵고, 검은 연기를 솔솔 내놓은 굴뚝,
눈이 하얗게 색칠을 해주었다.
그래서 강원희의 흰눈은 굴뚝에서 비롯된다.
검둥이를 흰둥이로 만들어낸 하늘의 재주와
강시인의 따사로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풀잎 옷깃 살살
간지럼 시킨
바람 손끝 닿을 때마다
까르르
까르르르
쏟아지는 웃음

해님 가슴처럼
넓디넓은 녹색 품안
곳곳 어디 쯤에
수를 놓듯 피워 올린
별눈 닮은 꽃들.

풀잎에서 흘러내린
곱디 고운 색깔잔치
눈이 부실 때면
어둠자락한 쪽 들취
살짝 감추었다가
안개연기 젖히고 열어 보인
보석꽃들.
거짓없이 내민 팔
뜰그물같이 얼싸안고
쑥쑥쑥쑥
쑤욱쑥
싱싱하게 키를 세운
평화로운 터전
풀잎들의 보금자리.

정혜진의 「풀잎세상」전문이다.
정혜진은 풀잎의 흔들림에서 풀잎의 옷깃을 보았고
바람의 손끝도 보았다.
풀잎들이 자르르 눕는 모습에서 바람의 간지름과
까르르 웃는 풀잎들의 웃음소리도 들었다.
수수한 풀꽃빛깔을 간직해둔 풀잎세상.
그래서 정혜진의 풀밭은 아름다움이요.
평화로운 보금자리다.
낮게 낮게 구부려 살아도 곱게 숨결을 고르며
먼 하늘 꿈속에 살고자 하는 정시인의 아름다운
시심을 본다.

손끝에서 벚어진
하얀 손톱달

솔잎
모시잎
향긋한 쑥에서 돋은
녹색 반달

고소한 참깨고물
속 깊히 채워
즐비하게 늘어놓은 눈썹달

집집에서
반짝반짝
별꽃으로 솟아오른 초승달

정겨운 고향 냄새
물씬 젖게 하는 달떡
한가위 송편

정혜진의 송편 전문이다. 송편을 보며
고향의 뒤꼍 장독대에서 봉숭아꽃 처매던
그 꽃물배인 초승달을 본다.
송편을 보며 초승달을 보고, 초승달을 보며
고향을 본다.
한가위날 집집마다 빚는 송편은 바로 고향을
빚어냄이다.
송편을 통하여 고향의 달빛에 젖으며 고향의
냄새에 묻힐 수 있는 그의 고향이 부럽다.
그것은 정결한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선택받은 아름다운 향기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쓰는 시가 있고, 가슴으로 쓰는 시가 있다.
머리로 쓰여진 시는 그 색깔이 투명하고 밝으며
원색의 바탕을 이룬다.
시의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우며
긴장되어 있어 시의 호흡이나 맥박이 동적이어서,
새로운 감각을 반짝이게 하는 감각적인 시라
할 수 있다.
가슴으로 쓰여진 시는 그 색깔이 불투명하게
느껴지나, 깊고 넓으며 넉넉한 느낌을 주는 혼색의
바탕을 이룬다.
시의 무게가 무거우면서도 따뜻함과 정이
배어 있어서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뭉클함으로
감동적인 시라 할 수 있다.
감각시의 음성이 명랑 쾌활한 장조의 음색이라면,
감동적인 시의 음성은 단조의 음색에 가깝다.

떠남과 그리움의 시, 가슴으로 쓰여진 시 두 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왜 모르십니까?
김재순
훨훨
하늘로 날 것 같던
푸른 날개
어디다 접어두고 오늘은
왜 어깻죽지가 축 쳐졌습니까?
잘 모르겠다.

차조심 길조심 노래 삼으시더니
이제 말문 닫으시면
그 노래 언제 다시 듣게 됩니까?
잘 모르겠다.

큰 길, 작은 길
높은 길, 낮은 길
눈감고도 다니실
낮익은 이승 두고
낮 설고 물 설은 어딜 가려 하십니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바로 나아가는 길
아직도 모르는데, 스르르
이 작은 손 놓으시면
언제 다시 깨우쳐 주시렵니까?
그걸 어찌 알겠느냐?

가슴에 안고
무릎에 앉혀 놓고
천 가지 만 가지 가르쳐 주셨는데
왜.
왜 아무것도 모른다 하십니까?

이 시를 읽으면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또 일고, 또 읽어도 끝이 없다.
새삼 이제와 보니 부모님의 사랑이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냥 시를 읽으면 그만이지 군더기말을 붙여서
감상을 한들, 오히려 시에 흠집을 내지 않을까
염려된다.
병석의 부모님이나 늙으시는 부모님의 힘없으심을
말 없으심으로, 그 말없으심을 모른다 하심으로,
모른다 하심을 말문 닫음과, 스르르 손을 놓으실
예감이니, 언젠가 먼 세상으로 가실 날을 짚어보며
안타까움을 가슴 절절이 절규한 시편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사 깨우치며 가슴 저며오는
애절함을 속 깊이 담아낸 시편으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얽히고 설킨 혈연의 끈,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사랑의 끈을
발견하게 된다.
가슴으로 쓴, 감동적인 시다.

찔레꽃
김영기
오월 오면 찔레 피고
산울림은 맑아지고
꽃내음에 새 소리
친구야. 널 부르면
꽃잎은 마중길마다
그리움의 나비였네.

보고픈 얼굴들을
사진첩에 끼워 두고
나직한 속삭임
친구야. 널 부르면
찔레꽃 그보다 하얀
꽃편지가 오겠네.

꽃은 미적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김영란은 모란꽃에서 지순한 미의 세계와 현실적인
삶의 차이를,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통해서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렇듯 꽃을 감정을 전달하는 대상으로 삼은
시인이 많았다.
'찔레꽃’, 이 시를 읽으면 시의 형식에서 운율이나
리듬감을 느끼게 되어 얼핏 동요를 읽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과감한 흐름이 단락을 통하여 시적 요소를
더욱 짙게 보여 주고 있다.
산 아래쪽이나, 언덕, 보리밭 머리에 얼핏 서 있는
환한 얼굴, 찔레꽃은 친구로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나타난다.
함께 걷던 옛길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은 팔랑거리는
나비떼로, 그리움의 꽃편지로, 희망과 쓸쓸함도
함께 날리고 있음을 본다.
이 시에서도 떠남과, 그리움의 감동적인 시,
가슴으로 쓰여진 시임을 무겁게 느낀다.
강원도의 김진광, 그에게는 무거운 산과 넘치는
바다가 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행동한다.
부러울 게 없는 하늘이 있으므로 욕심 없이 살아간다.
그래서 그의 시에선 구수한 감자내음이다.
옥수수 삶은 내음 같은, 향토적인 순박한 정을 물신
느끼게 된다.
그는 함부로 뽐내지않으며 치장하지 않은 서민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어 그의 옆에 있으면 편하고
부답스럽지 않다.
「물새는 이쁜 발로 시를 쓴다」시집 제목부터가
한 연의 시가. 시집을 펼치면 1연, 2연, 3연, 간결한
시들로 100여편이 넘는 시들을 한권에
묶어냈음을 본다.
짤막한 시에서 안일함과 장난스러움이 나타날
염려가 있음에도 다행히 그 함정을 뛰어넘는 시적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에서 자질구레한 서론이나 변명이 싫다.
그렇다고 의도적인 압축을 꾀함이 아니라
자신만만하게 자기류의 시의 세계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대담하게 나타낸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옥수수밭에 가면
울며 보채는
아기를 업은
우리 어머니들을 만난다.

아기만이 아니고
배고파 우는
형도 누나도 데불고
비탈진 밭에 서 있다.

7월의 옥수수밭에 가면
울며 보채는
아기를 업은
땡볕의 어머니를 만났다.

「옥수수밭」의 전문이다. 병정들처럼 늘어서 있는
옥수수도 아니고, 여름해가 겹겹이 쌓아둔
보석도 아니다.
김진광의 옥수수밭은 가난의 밭이다.
보채는 아이를 업고 달래는 강원도의 어머니다.
하늘받이 가난도 좋아라. 늘 푸른 하늘 보며
자갈밭에서 별을 캐시던 우리 어머니들의 인내와
절제, 사랑과 꿈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갉아 먹고 있다
살찐 가을
마루 밑을 뀌뚜라미들.


과수밭으로
잘 익은 달덩이가 떨어지고 있다.

「달밤」의 전문이다. 역시 간결한 2의 시다.
마루 밑 귀뚜라미들이/살찐 가을을/갉아
먹고 있다/가 아니고 1연의 끝행에 놓여질“갉아
먹고 있다”를 시의 첫행에 제시하므로서
소재 도입의 과감한 절제와 인내의 대담성에
어리둥절과 궁금증으로 방황하게 된다.
이는 시의 격한 충격임을 직감하게 된다.
가을은 배부름이요. 풍성함이요. 여유다.
벌레들이 살찐 가을을 갉아 먹다남긴 흔적을
잎새에 새기듯, 귀뚜라미가 살쩌가는 달. 달빛에
기대어 달에게 들려주는 시의 읊음이다.
그로 인하여 시로서 무르익은, 더욱 환한
달빛 시와 귀뚜라미 읊는 시의 합창을 듣게 된다.

물새가 시를 쓴다.
물결의 파아란 건반을 누르며
아침바다의
반짝반짝 빛나는
꽃잎을 물어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모래 위에
물새는
이쁜 발로 시를 쓴다.

「물새」의 전문이다.
역시 이 시에서도 첫행에 “물새가 시를 쓴다”라고
표현하여 단체적인 시의 절정을 피하고 도입단계에서
시적 흥분과 그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과감한
시도가 나타난다.
시는 두근거림이요. 설레임이요. 아름다운 충격이다.
그 아름다운 충격은 바로 절정이다. 시에서도
절정이 있어야 한다.
이 시에서 “물새는 이쁜 발로 시를 쓴다”가 절정이다.
절정이 없는 시는 죽은 시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충격을 지닌 시와 시인을 만날 때 우리들은
설레이며 흥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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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732 바다 위를 가르는 해상케이블카 임두환김용호2018.10.16.1
1731 서예전시회에 참여하고서 윤재석김용호2018.10.16.1
1730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임두환김용호2018.10.04.2
1729 농부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8 선행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7 겨울나무의 지혜 김수열김용호2018.09.29.1
1726 추석의 맛 송편과 신도주 임두환김용호2018.09.23.1
1725 고추잠자리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4 곡두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3 길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2 꼭두서니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1 낮닭 이점순김용호2018.09.07.1
1720 빛의 언어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9 수신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8 움켜쥔 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7 이끼의 내력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6 요양병원 김수열김용호2018.09.07.1
1715 효자 태풍 솔릭 임두환김용호2018.09.05.1
1714 나를 다듬어 가는 일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3 내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2 팽이 김수열김용호2018.09.01.1
1711 빨치산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710 기록 경신에 나선 더위 윤재석김용호2018.09.01.1
1709 충비 (忠婢) 이난향의 정려에서 윤재석김용호2018.08.26.1
1708 미나리 꽃이 피었는데도 신팔복김용호2018.08.26.1
1707 호박아 고맙다 윤재석김용호2018.08.17.1
1706 111년만의 폭염 특보 임두환김용호2018.08.17.1
1705 사다리 윤재석김용호2018.08.05.1
1704 계곡이 좋다 신팔복김용호2018.08.05.1
1703 아침을 여는 사람들 윤재석김용호2018.07.22.1
1702 모악산에 오르니 신필복김용호2018.07.22.1
1701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2) 임두환김용호2018.07.22.1
1700 추억의 시냇가 윤재석김용호2018.07.12.2
1699 무논에서 풀을 뽑으며 신팔복김용호2018.07.12.1
1698 비밀번호시대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97 백세시대를 준비하며 윤재석김용호2018.07.06.1
1696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임두환김용호2018.07.06.1
1695 지팡이 임두환김용호2018.06.05.2
1694 그 예언이 실현될 것 같아서 신팔복김용호2018.06.05.2
1693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윤재석김용호2018.05.27.8
1692 좋고 타령 박희종김용호2018.05.27.8
1691 모내래시장 신팔복김용호2018.05.25.8
1690 평화와 번영 통일로 가는 길 윤재석김용호2018.05.25.8
1689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김용호2018.05.09.18
1688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김용호2018.05.09.9
1687 칠판 앞에서 생긴 일 윤재석김용호2018.04.27.16
1686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임두환김용호2018.04.27.16
1685 J 표 국수 윤재석김용호2018.04.13.20
1684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김용호2018.04.13.13
1683 어릴 적 모두가 그렇듯 정재영김용호2018.04.01.20
1682 외길 정재영김용호2018.04.01.11
1681 날개 돋던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4.01.21
1680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8.04.01.24
1679 다름으로 만남 인연들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78 봄비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77 4월이 오면 윤재석김용호2018.03.27.18
1676 지게꾼에서 택배회사로 윤재석김용호2018.03.27.21
1675 술 이야기 2 신팔복김용호2018.03.27.15
1674 술 이야기 3 신팔복김용호2018.03.27.22
1673 분원의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25.14
1672 選擇과 評價 정재영김용호2018.03.25.17
1671 술 이야기 1 신팔복김용호2018.03.25.23
1670 사립문 윤재석김용호2018.03.25.15
1669 오늘 이점순김용호2018.03.25.19
1668 작은 숲 이점순김용호2018.03.25.17
1667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열김용호2018.03.25.19
1666 시간이 없습니다 김수열김용호2018.03.25.16
1665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64 우리 둘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63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김용호2018.03.21.23
1662 못줄 없는 모내기 신팔복김용호2018.03.21.19
1661 감동의 드라마 컬링 임두환김용호2018.03.21.15
1660 잠들지 못하는 나무 이점순김용호2018.03.21.18
1659 담 이점순김용호2018.03.21.21
1658 구도 구연배김용호2018.03.21.19
1657 금잔화 구연배김용호2018.03.21.20
1656 봄이 오는 길에서 정재영김용호2018.03.21.18
1655 만남 그리고 작별 정재영김용호2018.03.21.20
1654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김용호2018.03.17.20
1653 저울의 원리 윤재석김용호2018.03.17.18
1652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김용호2018.03.17.25
1651 그대가 되기 위해 김용호김용호2018.03.06.23
1650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8.03.06.20
1649 꽃물 이점순김용호2018.03.06.20
1648 촛불 이점순김용호2018.03.06.23
1647 꽃잎에게 정재영김용호2018.03.06.27
1646 어떤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06.21
1645 지팡이 김수열김용호2018.03.06.23
1644 날마다 전쟁터인데 김수열김용호2018.03.06.24
1643 꽃바람 구연배김용호2018.03.06.23
1642 진달래 구연배김용호2018.03.06.20
1641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26
1640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31
1639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22
1638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26
1637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18
1636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20
1635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26
1634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27
1633 살면서 김용호김용호2018.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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