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9. 02. 24.
 막걸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3. 00:23:00   추천: 27   글쓴이IP: 175.202.95.212
진안문학: 윤재석

막걸리

윤재석

막걸리가 말한다.
“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술이다!”라고. 막걸리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다는 술이라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농촌에서 일하다 해가 중천에 뜨면 땀은 나고 목은 출출하다.
슬그머니 눈이 마을 쪽으로 향한다.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하얀 수건을 쓴 머리에는 보자기로 덮인
새참이 얹혀있다.
농부의 아내가 막걸리와 김치에 방금 부친 부침개 몇 개를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나온다.
막걸리는 시골이든 도시든 많이 마시는 술, 인심 좋고 정 많은 술이다.

막걸리는 집에서 손수 빚어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어머니께서 술을 담그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집에 행사가 있으면 술을 담갔다.
쌀을 맑은 물에 씻어서 물에 쌀을 불군 다음 쌀을 시루에 붓고
고두밥(술밥)을 짓는다.
그늘에서 고두밥을 식힌다.
어머니 몰래 술밥을 한 주먹 먹으면 정말로 맛이 있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누룩가루에다 식힌 고두밥을 골고루 섞는다.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에 누룩과 섞은 고두밥을 넣은 다음
물을 고두밥 위로 어머니의 손두께보다 약간 올라오도록 붓는다.
따뜻한 아랫목에 항아리를 놓고 이불로 감싸준다.
며칠 지나면 단지에서 술 익는 소리가 난다.
항아리를 감싸주었던 이불을 항아리 주둥이 넓이만큼 열어 놓는다.
술이 되었는가 하여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먹어 보면 혀가 싸하니 독하다.

아버지 생신에 맞추어 술을 거른다.
커다란 옹기그릇을 놓고 그 위에 두 갈래로 된 쳇다리를 걸친 다음
체를 올려놓고 항아리에서 익은 술을 떠내어 두 손으로 꾹꾹
눌러 거르기 시작한다.
술 냄새가 집안에 진동한다.
다음날 아침은 어른들을 모시는 심부름으로 바쁘다.
동생과 나는 마을을 반으로 나누어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초대한다.
시냇물 건너 도르메(하원산)에 사시는 병암아저씨, 이동아저씨까지
심부름을 한다.
아버지와는 내외종간인 형님과 아우 관계다.
이날 아침은 무척 바쁜 날이다.

60년 전에는 먹을 양식이 부족한 때라 가정에서 술을 담가먹는 것을 단속했다.
면마다 주조장이 있었는데, 주조장에서 술이 조금 잘 안 팔리면
세무서 직원들에게 단속해달라고 요청했다.
들키면 벌금을 내야 했다.
단속에 걸리면 증거물로 술 단지를 주조장에다 보관을 시킨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벌금을 물어야하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단속에 걸린 어떤 사람이 술 단지를 짊어지고 가다 시냇가 다리를
건너다 일부러 넘어져 술 단지를 깨뜨리니 냇물이 막걸리를 마셔버렸다.
그렇게 증거를 없애 단속을 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 손님들이 자주 오신다.
술이 없으면 술 심부름을 해야 한다.
어머니께서 손에 주전자와 술값을 들려주며 식사시간을 맞추어서
술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주조장까지 거리는 20분 정도 걸린다.
부지런히 다녀와야 된다.
때로는 달음질을 쳐야 한다.
주조장에서 주전자에다 술을 가득 채워 주면 잘못하면
주전자 귀로 술이 흘러나온다.
주조장에서 조금 오다가 주전자 귀에 입을 대고 살며시 빨면 막걸리가
입으로 빨려 들어온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술기는 돋아나고 주전자가 조금 가벼워진다.
빨리 뛰어서 집에 오면 주전자를 어머니께서 받아 든다.
가벼워진 주전자를 아실 테지만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정말 모르셨을까.

아내와 집에서 술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남부시장에서 사온 누룩을 찌어서 가루로 만들어 고두밥에 섞어
물과 함께 반죽하여 만들었다.
누룩을 만드는데 물과 밀가루 반죽이 너무 되거나 묽어도 안 된다.
적당히 촉촉한 상태에서 나무로 틀을 만들어 그 안에 삼베
보자기를 깔고 밀기울 반죽을 넣고 발로 밟아 모형을 만든 다음 꺼내어
그늘에서 말리면서 발효를 시켜야 한다.
고두밥(술밥)을 쪄서 식힌 다음 어머니가 하던 대로 했는데도
술이 잘 안 되었다.
술 만들기에 실패하니, 밀과 쌀만 버리고 말았다.

요즈음엔 술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집이 없는 듯하다.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40년 전에는 큰 술단지를 땅에 묻어 놓고 막걸리를 팔았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큰병, 작은 병으로 만들어져 필요한 양만 살 수 있어
매우 편리해졌다.
주조장이 아닌 슈퍼나 작은 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
집에 행사가 있어도 술을 빚을 필요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에서 만든 술이 가끔은 생각난다.

막걸리 안주는 된장에 풋고추, 김치 부침개 등이 좋았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맨 소금 한 번 입에 넣으면 안주가 되기도 했다.
값비싼 안주가 아니어도 되니 막걸리 마시기는 부담이 적다.
만나면 한 잔 하자고 인사를 한다.
만나지 못하면 언제 우리 막걸리 한 잔 하자고 미리 날을
정하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막걸리는 때나 장소가 따로 없다.
일하다 배가 출출하고 목이 컬컬하면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신다.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을 마치고 나면 뒤풀이로 막걸리 한 잔씩 나누고 헤어진다.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내일의 계획을 짜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술 마시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많이 권하는 것이 인사요 정의 표시로 알았다.
요즈음 건강 생각하고 음주 운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제를 많이 한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 이제는 상대에 대해 배려해 주는
문화가 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술이다.
막걸리가 세계화하여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막걸리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9. 02. 24.  전체글: 1959  방문수: 959496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732 아등바등 살아온 삶도 김용호김용호2019.02.03.3
1731 잊을 수만 있다면 김용호김용호2019.02.03.1
1730 파도는 바다를 친다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729 큰 별을 바라보며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728 풀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727 창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726 나무 이야기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25 가까이 더 가까이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24 추신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723 고향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22 그리움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21 밤비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720 마이산의 겨울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9 상고대와 눈꽃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8 빛과 그림자는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7 삶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6 건널 목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5 우리의 마음속에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714 마이골 할머니 장터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13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12 풍경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711 몽돌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10 사막의 도시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09 세월을 품다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708 나를 그리워하다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07 마지막 날까지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06 탑 그림자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705 구봉산에 왔다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04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03 진안 장날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702 생의 엔진음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701 작은 행복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700 동행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99 나비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98 이봐요 마이산이 하는 말 들리나요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97 아름다운 동향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696 매미 또는 전파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695 1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94 2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93 3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92 고요한 기쁨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691 진안예찬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690 꿈일지라도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89 술 한잔하자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88 저 무리 따라가고 싶네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87 용담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86 새벽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85 화분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84 인연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83 배신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82 세월은 공평하다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81 인생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80 적폐 세력 잔당들의 청소는 언제쯤일까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79 사라진 추억 칼바위의 유감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78 세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77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76 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75 후회 없는 인생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74 아름다운 마무리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73 6백 년 역사 용담향교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72 물 위에 쓴 편지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71 길라잡이 남궁선순김용호2019.01.27.1
1670 난향비蘭香碑 김재환김용호2019.01.27.2
1669 카마수트라(kamasutra) 김재환김용호2019.01.27.1
1668 가을 명상 송영수김용호2019.01.27.1
1667 디지털시대의 산골생활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66 낭랑 18세의 문학기행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65 돼지고기 비계와 곤달걀 윤일호김용호2019.01.27.1
1664 진안 고원길 가는 길 이상훈김용호2019.01.27.1
1663 봄을 찾은 진안고원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62 침묵이 그리운 세상 임두환김용호2019.01.27.2
1661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1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60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2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59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3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58 고향 느티나무 아래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57 아름다운 휴식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56 산나리 꽃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55 마이산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54 내리사랑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53 가을안단테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52 날개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51 무릉리 여행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50 물속에 심은 고향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49 사월 초파일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48 마이산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47 기다림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46 고운 님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45 동창리 자벌레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44 분홍빛 함정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43 바다의 언어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42 정 깊은 소리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41 어느 날 수첩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40 사춘기 동창생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39 마이동천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38 전설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37 꿈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36 옹달샘 거울 하나 강만영김용호2019.01.27.1
1635 하얀 민들레 강만영김용호2019.01.27.1
1634 봄을 맞이해야지 김용호김용호2019.01.27.1
1633 상현달 전근표김용호2019.01.27.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