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9. 01. 20.
 막걸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3. 00:23:00   추천: 27   글쓴이IP: 175.202.95.212
진안문학: 윤재석

막걸리

윤재석

막걸리가 말한다.
“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술이다!”라고. 막걸리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다는 술이라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농촌에서 일하다 해가 중천에 뜨면 땀은 나고 목은 출출하다.
슬그머니 눈이 마을 쪽으로 향한다.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하얀 수건을 쓴 머리에는 보자기로 덮인
새참이 얹혀있다.
농부의 아내가 막걸리와 김치에 방금 부친 부침개 몇 개를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나온다.
막걸리는 시골이든 도시든 많이 마시는 술, 인심 좋고 정 많은 술이다.

막걸리는 집에서 손수 빚어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어머니께서 술을 담그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집에 행사가 있으면 술을 담갔다.
쌀을 맑은 물에 씻어서 물에 쌀을 불군 다음 쌀을 시루에 붓고
고두밥(술밥)을 짓는다.
그늘에서 고두밥을 식힌다.
어머니 몰래 술밥을 한 주먹 먹으면 정말로 맛이 있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누룩가루에다 식힌 고두밥을 골고루 섞는다.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에 누룩과 섞은 고두밥을 넣은 다음
물을 고두밥 위로 어머니의 손두께보다 약간 올라오도록 붓는다.
따뜻한 아랫목에 항아리를 놓고 이불로 감싸준다.
며칠 지나면 단지에서 술 익는 소리가 난다.
항아리를 감싸주었던 이불을 항아리 주둥이 넓이만큼 열어 놓는다.
술이 되었는가 하여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먹어 보면 혀가 싸하니 독하다.

아버지 생신에 맞추어 술을 거른다.
커다란 옹기그릇을 놓고 그 위에 두 갈래로 된 쳇다리를 걸친 다음
체를 올려놓고 항아리에서 익은 술을 떠내어 두 손으로 꾹꾹
눌러 거르기 시작한다.
술 냄새가 집안에 진동한다.
다음날 아침은 어른들을 모시는 심부름으로 바쁘다.
동생과 나는 마을을 반으로 나누어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초대한다.
시냇물 건너 도르메(하원산)에 사시는 병암아저씨, 이동아저씨까지
심부름을 한다.
아버지와는 내외종간인 형님과 아우 관계다.
이날 아침은 무척 바쁜 날이다.

60년 전에는 먹을 양식이 부족한 때라 가정에서 술을 담가먹는 것을 단속했다.
면마다 주조장이 있었는데, 주조장에서 술이 조금 잘 안 팔리면
세무서 직원들에게 단속해달라고 요청했다.
들키면 벌금을 내야 했다.
단속에 걸리면 증거물로 술 단지를 주조장에다 보관을 시킨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벌금을 물어야하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단속에 걸린 어떤 사람이 술 단지를 짊어지고 가다 시냇가 다리를
건너다 일부러 넘어져 술 단지를 깨뜨리니 냇물이 막걸리를 마셔버렸다.
그렇게 증거를 없애 단속을 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 손님들이 자주 오신다.
술이 없으면 술 심부름을 해야 한다.
어머니께서 손에 주전자와 술값을 들려주며 식사시간을 맞추어서
술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주조장까지 거리는 20분 정도 걸린다.
부지런히 다녀와야 된다.
때로는 달음질을 쳐야 한다.
주조장에서 주전자에다 술을 가득 채워 주면 잘못하면
주전자 귀로 술이 흘러나온다.
주조장에서 조금 오다가 주전자 귀에 입을 대고 살며시 빨면 막걸리가
입으로 빨려 들어온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술기는 돋아나고 주전자가 조금 가벼워진다.
빨리 뛰어서 집에 오면 주전자를 어머니께서 받아 든다.
가벼워진 주전자를 아실 테지만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정말 모르셨을까.

아내와 집에서 술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남부시장에서 사온 누룩을 찌어서 가루로 만들어 고두밥에 섞어
물과 함께 반죽하여 만들었다.
누룩을 만드는데 물과 밀가루 반죽이 너무 되거나 묽어도 안 된다.
적당히 촉촉한 상태에서 나무로 틀을 만들어 그 안에 삼베
보자기를 깔고 밀기울 반죽을 넣고 발로 밟아 모형을 만든 다음 꺼내어
그늘에서 말리면서 발효를 시켜야 한다.
고두밥(술밥)을 쪄서 식힌 다음 어머니가 하던 대로 했는데도
술이 잘 안 되었다.
술 만들기에 실패하니, 밀과 쌀만 버리고 말았다.

요즈음엔 술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집이 없는 듯하다.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40년 전에는 큰 술단지를 땅에 묻어 놓고 막걸리를 팔았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큰병, 작은 병으로 만들어져 필요한 양만 살 수 있어
매우 편리해졌다.
주조장이 아닌 슈퍼나 작은 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
집에 행사가 있어도 술을 빚을 필요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에서 만든 술이 가끔은 생각난다.

막걸리 안주는 된장에 풋고추, 김치 부침개 등이 좋았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맨 소금 한 번 입에 넣으면 안주가 되기도 했다.
값비싼 안주가 아니어도 되니 막걸리 마시기는 부담이 적다.
만나면 한 잔 하자고 인사를 한다.
만나지 못하면 언제 우리 막걸리 한 잔 하자고 미리 날을
정하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막걸리는 때나 장소가 따로 없다.
일하다 배가 출출하고 목이 컬컬하면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신다.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을 마치고 나면 뒤풀이로 막걸리 한 잔씩 나누고 헤어진다.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내일의 계획을 짜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술 마시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많이 권하는 것이 인사요 정의 표시로 알았다.
요즈음 건강 생각하고 음주 운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제를 많이 한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 이제는 상대에 대해 배려해 주는
문화가 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술이다.
막걸리가 세계화하여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막걸리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9. 01. 20.  전체글: 1856  방문수: 953116
진안문학
알림 0*김용호2018.11.20.*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1696 미소 김용호김용호2019.01.18.1
1695 명사십리에 김용호김용호2019.01.18.1
1694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날 김용호김용호2019.01.18.1
1693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김용호김용호2019.01.08.2
1692 흰 구름 김용호김용호2019.01.08.2
1691 빛과 그림자는/김용호 김용호김용호2019.01.08.1
1690 아침 일찍 일어나 전근표김용호2019.01.08.1
1689 웃고 살자 전근표김용호2019.01.08.1
1688 천년의 잠 전근표김용호2019.01.08.1
1687 소낙비야 내려라 전근표김용호2019.01.08.1
1686 섬 이점순김용호2019.01.08.1
1685 보자기 열두 장 이점순김용호2019.01.08.1
1684 부유 이점순김용호2019.01.08.1
1683 오늘을 살아갈 이유 김수열김용호2019.01.07.1
1682 사랑 받고 싶을 때 김용호김용호2019.01.05.2
1681 이별 앞에 마주한 나 김용호김용호2019.01.05.3
1680 하늘을 머리에 이고 전근표김용호2019.01.01.4
1679 하산 길 전근표김용호2019.01.01.3
1678 초승달 전근표김용호2019.01.01.2
1677 팽이 놀이 전근표김용호2019.01.01.2
1676 하늘은 높고 전근표김용호2019.01.01.2
1675 어느 가을날의 상념 신팔복김용호2019.01.01.2
1674 봄눈 신팔복김용호2019.01.01.2
1673 가족여행 신팔복김용호2019.01.01.2
1672 사랑해서 김용호김용호2018.12.30.2
1671 호박씨 김용호김용호2018.12.30.2
1670 고독 김용호김용호2018.12.30.2
1669 해바라기의 꿈 김용호김용호2018.12.30.1
1668 한 동안 만이라도 김용호김용호2018.12.30.1
1667 진안예총 예술제 사진 몇 장 김용호2018.12.30.2
1666 김치찌개의 별미 신팔복김용호2018.12.28.2
1665 손자 예담이와의 만남 윤재석김용호2018.12.28.1
1664 어린 연꽃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663 독도 사랑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662 민들레 구연배김용호2018.12.17.2
1661 바람이 불면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660 봄날 풍경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659 불두화 구연배김용호2018.12.17.1
1658 해 지는 겨울 바다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657 하산 길 아이 좋아라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656 버팀목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655 봄바람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654 산사 가는 길에 전근표김용호2018.12.17.1
1653 시골집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652 아버지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651 어머니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650 장구벌레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649 전국 노래자랑 이점순김용호2018.12.17.1
1648 비석 정재영김용호2018.12.17.2
1647 마이산의 겨울 김용호김용호2018.12.13.4
1646 눈뜨는 아픔 구연배김용호2018.11.25.2
1645 강가에서 구연배김용호2018.11.25.2
1644 딱지 이점순김용호2018.11.25.3
1643 무제 이점순김용호2018.11.25.2
1642 낙엽의 꿈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641 馬耳山 노을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640 길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639 민들레 일생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638 바다는 어머니 고향 전근표김용호2018.11.24.2
1637 가을은 김용호김용호2018.11.24.3
1636 고백 김용호김용호2018.11.24.2
1635 풍경 구연배김용호2018.11.24.2
1634 무인도 구연배김용호2018.11.24.2
1633 매듭 김수열김용호2018.11.21.1
1632 고독한 계절에 김수열김용호2018.11.21.2
1631 사랑과 희망을 준 두 여자 윤재석김용호2018.11.21.1
1630 세월이 흐르는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29 당신과 나 사이에서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28 어느 여인의 미소 김용호김용호2018.11.20.1
1627 어머니와 봄볕 구연배김용호2018.11.20.1
1626 이별 김상영김용호2018.11.20.1
1625 고향 유진숙김용호2018.11.20.1
1624 꽃 전근표김용호2018.11.20.1
1623 청매의 봄 전병윤김용호2018.11.20.1
1622 아버지의 계절 정재영김용호2018.11.20.1
1621 나의 부모님 조준열김용호2018.11.20.1
1620 무제 임두환김용호2018.11.20.1
1619 여행을 꿈꾸며 이호율김용호2018.11.20.1
1618 복권의 행복 이호율김용호2018.11.20.1
1617 펜혹 이현옥김용호2018.11.20.1
1616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8.11.20.1
1615 中氣 이동훈김용호2018.11.20.1
1614 손전화 집에 놓고 나온 날 윤일호김용호2018.11.20.1
1613 이것은 뭘까 성진명김용호2018.11.20.1
1612 진짜 진안 스타일 노덕임김용호2018.11.20.2
1611 향기로운 사람(의인義人) 김재환김용호2018.11.20.1
1610 당신 김예성김용호2018.11.20.1
1609 무제 남궁선순김용호2018.11.20.1
1608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8.11.20.1
1607 가는 세월 신팔복김용호2018.11.20.1
1606 손 김완철김용호2018.11.20.1
1605 꽃 편지 김강호김용호2018.11.20.1
1604 옹달샘 거울 하나 강만영김용호2018.11.20.1
1603 바람 이는 고갯마루 이상훈김용호2018.11.20.1
1602 무제 이용미김용호2018.11.20.1
1601 귀근(歸根) 이운룡김용호2018.11.20.1
1600 감자꽃 이필종김용호2018.11.20.1
1599 민족의 공적(公敵) 우덕희김용호2018.11.20.1
1598 족두리 꽃 서동안김용호2018.11.20.1
1597 속금산 천황문 문대선김용호2018.11.20.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