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8. 06. 19.
 길 고양이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1.30. 23:22:27   추천: 24   글쓴이IP: 175.202.95.212
진안문학: 임두환

길 고양이

임두환

오늘이 대설(大雪)이다.
서울지역기온이 섭씨 영하 7.8도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한파주의특보가 발령되어 여러 겹옷을 끼어 입었는데도
한기가 몸 속을 파고든다.
동장군의 위세는 정말 대단하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눈이 많이 내리고, 땅이 꽁꽁 얼어붙는다.
여느 동물들은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한겨울을 나지만,
길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길 고양이란 집에서 기르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도둑고양이요, 좋게 말하면 길냥이다.
옛날에 농촌에서 많이 보았던 동물인데, 요즘엔 도심지에서도 흔히 마주친다.
대낮에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어슬렁거리다가도 사람과 마주치면
꼬리를 내리고 은신처를 찾아 숨는다.
도심주변 야산이나 들로 나가기보다는 아파트주변에서
사는 게 편안한가 보다.

길 고양이는 음식물쓰레기, 벌레, 쥐, 조류 등을 좋아한다.
그들은 어려운 사냥보다는 구하기 쉬운 음식물을 찾는다.
먹이가 충분할 때는 하루 16시간을 자며, 시력과 청력은 사람의
여섯 배나 높다고 한다.
야행성동물로서 해질 무렵 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해가 뜰 때쯤에는
은신처로 돌아간다.
하지만 배가 고플 때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헤맨다.
호랑이와 같이 단독생활을 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어린 시절, 길고양이에 대해 좋지 않은 간접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길 고양이가 담을 뛰어넘어 오더니 순식간에 앞마당
배나무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얼마 되지 않아 윗집 황구(黃狗)가 헐레벌떡 달려와 고양이를 노려보았다.
얼마쯤이나 되었을까?
배나무에 올라갔던 고양이가 날쌔게 뛰어내리더니 쏜살같이
사립문밖으로 사라졌다.
황구 역시 안간힘을 다해 고양이의 뒤를 쫒았다.
고양이와 황구가 나가자 무심코 사립문을 닫았다.
조금 있으니까 황구가 돌아와서 사립문을 열어달라는 듯 짖어댔다.
사립문을 열어준 게 화근이었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황구는 느닷없이
내 허벅지를 물어버리는 게 아닌가?
황구는 고양이를 놓친 화풀이를 내게 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금도 내게는 희미한 그 때의 흉터가 남아있다.

길고양이는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을 어떻게 넘기는지 모를 일이다.
농촌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파트단지는 음식물분리수거가 철저해서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먹이를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터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다.
길 고양이도 생명줄이 있으니 먹어야 살 게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봉투를 파헤칠 수밖에…….
새끼를 키울 때는 더욱 극성을 부린다.
새끼고양이는 3일만 굶어도 목숨이 위태롭다.
어미고양이가 새끼에게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먹어야 한다.
그들이 쓰레기봉투를 파헤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겨울철에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들쥐와 새들도 자취를 감춰버린 허허벌판이지 않은가?

내가 아파트 동 대표를 맡은지 1년쯤 되었다.
어느 겨울날 집을 나서는데 길모퉁이에 고양이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마음이 야릇했다.
직감적으로 굶어죽었구나 싶었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 날 바로 사료를 구입하여 물과 함께
아파트모퉁이에 놓아주었다.
길 고양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이를 먹지 않는
습성(習性)이 있다.
첫 날에는 한 마리가 슬슬 먹이를 살피더니, 며칠 지나서 부터는
서너 마리가 동참했다.
처음에는 사료 5kg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15kg이 들어간다.
가끔 통조림이라도 주면 고맙다는 듯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겨울철이면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내 손길에 그들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좋은 눈으로만 봐주는 게 아니다.
길 고양이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개체수가 늘어나는 게 문제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동물도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길 고양이도 배가 부르면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그들의 습성을 알고 부터 주민들도 하나둘씩 일손을 거든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길 고양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올해 150여개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길 고양이를 위한 여러 가지 대처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어쨌든, 사람과 길 고양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06. 19.  전체글: 1702  방문수: 910480
진안문학
알림 0*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658 지팡이 임두환김용호2018.06.05.1
1657 그 예언이 실현될 것 같아서 신팔복김용호2018.06.05.1
1656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윤재석김용호2018.05.27.8
1655 좋고 타령 박희종김용호2018.05.27.8
1654 모내래시장 신팔복김용호2018.05.25.7
1653 평화와 번영 통일로 가는 길 윤재석김용호2018.05.25.8
1652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김용호2018.05.09.18
1651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김용호2018.05.09.9
1650 칠판 앞에서 생긴 일 윤재석김용호2018.04.27.16
1649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임두환김용호2018.04.27.16
1648 J 표 국수 윤재석김용호2018.04.13.19
1647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김용호2018.04.13.13
1646 어릴 적 모두가 그렇듯 정재영김용호2018.04.01.19
1645 외길 정재영김용호2018.04.01.11
1644 날개 돋던 하루 이점순김용호2018.04.01.21
1643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8.04.01.24
1642 다름으로 만남 인연들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41 봄비 김수열김용호2018.04.01.18
1640 4월이 오면 윤재석김용호2018.03.27.18
1639 지게꾼에서 택배회사로 윤재석김용호2018.03.27.21
1638 술 이야기 2 신팔복김용호2018.03.27.14
1637 술 이야기 3 신팔복김용호2018.03.27.22
1636 분원의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25.14
1635 選擇과 評價 정재영김용호2018.03.25.17
1634 술 이야기 1 신팔복김용호2018.03.25.23
1633 사립문 윤재석김용호2018.03.25.15
1632 오늘 이점순김용호2018.03.25.19
1631 작은 숲 이점순김용호2018.03.25.17
1630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열김용호2018.03.25.18
1629 시간이 없습니다 김수열김용호2018.03.25.16
1628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27 우리 둘 사이 김용호김용호2018.03.25.19
1626 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김용호2018.03.21.23
1625 못줄 없는 모내기 신팔복김용호2018.03.21.18
1624 감동의 드라마 컬링 임두환김용호2018.03.21.15
1623 잠들지 못하는 나무 이점순김용호2018.03.21.18
1622 담 이점순김용호2018.03.21.21
1621 구도 구연배김용호2018.03.21.19
1620 금잔화 구연배김용호2018.03.21.20
1619 봄이 오는 길에서 정재영김용호2018.03.21.18
1618 만남 그리고 작별 정재영김용호2018.03.21.20
1617 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김용호2018.03.17.20
1616 저울의 원리 윤재석김용호2018.03.17.18
1615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김용호2018.03.17.25
1614 그대가 되기 위해 김용호김용호2018.03.06.23
1613 이 그리움 김용호김용호2018.03.06.20
1612 꽃물 이점순김용호2018.03.06.20
1611 촛불 이점순김용호2018.03.06.23
1610 꽃잎에게 정재영김용호2018.03.06.27
1609 어떤 소묘 정재영김용호2018.03.06.21
1608 지팡이 김수열김용호2018.03.06.23
1607 날마다 전쟁터인데 김수열김용호2018.03.06.24
1606 꽃바람 구연배김용호2018.03.06.23
1605 진달래 구연배김용호2018.03.06.20
1604 백수가 된 우체통 신팔복김용호2018.02.09.26
1603 복사꽃 향기 신팔복김용호2018.02.09.31
1602 카투사 임두환김용호2018.02.09.22
1601 봄날의 성묘 윤재석김용호2018.02.09.26
1600 봄이 오는 소리 윤재석김용호2018.02.09.18
1599 평설/꿈과 소망의 불씨로 남은 시편들 허호석김용호2018.02.09.20
1598 애상 김용호김용호2018.02.03.25
1597 혼자 있을 때 김용호김용호2018.02.03.26
1596 살면서 김용호김용호2018.02.03.25
1595 사라지는 동네이발소 임두환김용호2018.02.03.27
1594 난국회(蘭菊會) 임두환김용호2018.02.03.23
1593 데미샘을 찾아서 윤재석김용호2018.02.03.32
1592 막걸리 윤재석김용호2018.02.03.26
1591 연녹색 나이 신팔복김용호2018.02.03.24
1590 할머니의 이야기 신팔복김용호2018.02.03.21
1589 화암사 이점순김용호2018.02.03.17
1588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이점순김용호2018.02.03.22
1587 헌책방 모서리에 서다 이점순김용호2018.02.03.25
1586 어느 날 작은 돌풍이 정재영김용호2018.02.03.26
1585 어떤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2.03.32
1584 욕심 정재영김용호2018.02.03.22
1583 오늘을 사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8.02.03.30
1582 꽃의 말 김수열김용호2018.02.03.25
1581 꽃샘추위 임두환김용호2018.01.30.29
1580 길 고양이 임두환김용호2018.01.30.24
1579 나를 설레게 한 검정운동화 윤재석김용호2018.01.30.26
1578 겨울햇볕과 함께 윤재석김용호2018.01.30.30
1577 대설 단풍 신팔복김용호2018.01.30.29
1576 눈 내린 계곡 길 신팔복김용호2018.01.30.27
1575 격세지감 이용미김용호2018.01.29.22
1574 얼굴 없는 천사 임두환김용호2018.01.29.34
1573 함박 눈 김수열김용호2018.01.26.35
1572 작은 별 하나 김수열김용호2018.01.26.29
1571 고향 김수열김용호2018.01.26.22
1570 겨레는 슬프다 김수열김용호2018.01.26.29
1569 다름으로 만남 사람들 김수열김용호2018.01.26.31
1568 얼음새 꽃 이점순김용호2018.01.26.35
1567 춘설春雪 이점순김용호2018.01.26.31
1566 옛집 이점순김용호2018.01.26.25
1565 친구 이점순김용호2018.01.26.35
1564 갱년기 이점순김용호2018.01.26.34
1563 먼 훗날 그 날에 정재영김용호2018.01.26.27
1562 우수의 강 정재영김용호2018.01.26.34
1561 사랑의 초상화 정재영김용호2018.01.26.28
1560 가을 들판 정재영김용호2018.01.26.36
1559 사랑이여 정재영김용호2018.01.26.36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