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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18. 02. 23.
 길 고양이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1.30. 23:22:27   추천: 4   글쓴이IP: 175.202.95.212
진안문학: 임두환

길 고양이

임두환

오늘이 대설(大雪)이다.
서울지역기온이 섭씨 영하 7.8도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한파주의특보가 발령되어 여러 겹옷을 끼어 입었는데도
한기가 몸 속을 파고든다.
동장군의 위세는 정말 대단하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눈이 많이 내리고, 땅이 꽁꽁 얼어붙는다.
여느 동물들은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한겨울을 나지만,
길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길 고양이란 집에서 기르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도둑고양이요, 좋게 말하면 길냥이다.
옛날에 농촌에서 많이 보았던 동물인데, 요즘엔 도심지에서도 흔히 마주친다.
대낮에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어슬렁거리다가도 사람과 마주치면
꼬리를 내리고 은신처를 찾아 숨는다.
도심주변 야산이나 들로 나가기보다는 아파트주변에서
사는 게 편안한가 보다.

길 고양이는 음식물쓰레기, 벌레, 쥐, 조류 등을 좋아한다.
그들은 어려운 사냥보다는 구하기 쉬운 음식물을 찾는다.
먹이가 충분할 때는 하루 16시간을 자며, 시력과 청력은 사람의
여섯 배나 높다고 한다.
야행성동물로서 해질 무렵 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해가 뜰 때쯤에는
은신처로 돌아간다.
하지만 배가 고플 때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헤맨다.
호랑이와 같이 단독생활을 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어린 시절, 길고양이에 대해 좋지 않은 간접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길 고양이가 담을 뛰어넘어 오더니 순식간에 앞마당
배나무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얼마 되지 않아 윗집 황구(黃狗)가 헐레벌떡 달려와 고양이를 노려보았다.
얼마쯤이나 되었을까?
배나무에 올라갔던 고양이가 날쌔게 뛰어내리더니 쏜살같이
사립문밖으로 사라졌다.
황구 역시 안간힘을 다해 고양이의 뒤를 쫒았다.
고양이와 황구가 나가자 무심코 사립문을 닫았다.
조금 있으니까 황구가 돌아와서 사립문을 열어달라는 듯 짖어댔다.
사립문을 열어준 게 화근이었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황구는 느닷없이
내 허벅지를 물어버리는 게 아닌가?
황구는 고양이를 놓친 화풀이를 내게 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금도 내게는 희미한 그 때의 흉터가 남아있다.

길고양이는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을 어떻게 넘기는지 모를 일이다.
농촌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파트단지는 음식물분리수거가 철저해서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먹이를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터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다.
길 고양이도 생명줄이 있으니 먹어야 살 게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봉투를 파헤칠 수밖에…….
새끼를 키울 때는 더욱 극성을 부린다.
새끼고양이는 3일만 굶어도 목숨이 위태롭다.
어미고양이가 새끼에게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먹어야 한다.
그들이 쓰레기봉투를 파헤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겨울철에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들쥐와 새들도 자취를 감춰버린 허허벌판이지 않은가?

내가 아파트 동 대표를 맡은지 1년쯤 되었다.
어느 겨울날 집을 나서는데 길모퉁이에 고양이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마음이 야릇했다.
직감적으로 굶어죽었구나 싶었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 날 바로 사료를 구입하여 물과 함께
아파트모퉁이에 놓아주었다.
길 고양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이를 먹지 않는
습성(習性)이 있다.
첫 날에는 한 마리가 슬슬 먹이를 살피더니, 며칠 지나서 부터는
서너 마리가 동참했다.
처음에는 사료 5kg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15kg이 들어간다.
가끔 통조림이라도 주면 고맙다는 듯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겨울철이면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내 손길에 그들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좋은 눈으로만 봐주는 게 아니다.
길 고양이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개체수가 늘어나는 게 문제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동물도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길 고양이도 배가 부르면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그들의 습성을 알고 부터 주민들도 하나둘씩 일손을 거든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길 고양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올해 150여개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길 고양이를 위한 여러 가지 대처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어쨌든, 사람과 길 고양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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