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9. 02. 24.
 눈 내린 계곡 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1.30. 23:21:54   추천: 28   글쓴이IP: 175.202.95.212
진안문학: 신팔복

눈 내린 계곡 길

신팔복


바람 없이 좋은 날씨다.
문득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차를 몰고 모악산으로 갔다.
중인리 주차장에는 벌써 등산객들의 자가용이 빼곡했다.
한 무리의 등산객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길은 여러 갈래였다.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생각하다가 안내 푯말을 보고 갑자기
계곡 길로 발을 돌렸다.
이 길은 처음이다.
몇 사람이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앞서 가고 있었다.
지난밤에 내린 눈으로 산이 하얗다.
아이젠을 차고 걸었다.

젊은 부부가 내 뒤를 따라오더니 이내 앞서 간다.
눈을 밟는 소리가 음률처럼 이어졌다.
몇 구비를 돌아 좁은 계곡에 이르렀다.
물은 맑고 청정하게 흐르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적을 깨고 낙엽을 떨군 겨울나무 사이로 퍼졌다.
웅덩이에 빠진 낙엽들이 시체처럼 차갑게 보였다.
물 속 어딘가에 가재가 추위를 견디며 잠자고 있을 것 같다.
딱딱한 껍질에 까만 자루 눈, 더듬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집게발을
포신 처럼 내밀고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가재다.
위험을 느끼면 꼬리 채로 물을 급하게 휘저어 뒤로 내뺀다.
1급수 청정지역에서만 살고 있는데, 지금은 보호종이다.

여름철 맑은 냇가에 돌을 떠들면 웅크리고 있는 가재를 잡을 수 있다.
암컷은 배다리에 좁쌀 모양의 검정 알을 포도송이처럼 달고 다닌다.
부화가 된 작은 새끼들은 어미의 배다리를 붙잡고 독립할 때까지 살아간다.
말랑거리는 얇은 껍질을 가진 작은 새끼들은 여느 동물처럼 귀엽다.
동식물의 사체를 먹고 몇 차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
가재는 맛도 좋다.
파를 조금 썰어 넣고 장조림을 하면 게보다 맛이 더 낫다.
작년에 손자에게 보여주려고 가재를 잡아 보았다.
농약과 쓰레기로 냇물이 오염되어 찾기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한두 마리를 잡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 비탈을 오르다가 폭포 쪽으로 향했다.
보이는 사람이 없어 적적했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지팡이로 조릿대에 쌓인 눈을 휘휘 저으며 걸었다.
복조리를 만든다는 대나무다.
뿌리를 달여 차로 마시기도 하고 잎을 동치미 만들 때 넣어 시원하게 만들었다.
물레로 북실을 만들 때도 조리대 잎을 넣어 감았다.

산을 오를수록 흐르는 물은 적고 눈은 많았다.
발목을 덮기도 했다.
폭포에 작은 고드름이 매달렸고 물은 그 안에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물이 적어서 폭포도 작다.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 반가웠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가파른 길로 접어들었다.
힘이 들어 깔판을 펴고 눈 위에 앉아 간식을 먹고 물도 마셨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다.
벌써 정오에 가까웠다.
소나무 사이에 서어나무와 참나무, 물오리나무가 언 듯 단단해 보였다.
따뜻한 계절이 오면 새잎이 나고 꽃피고 열매 맺을 꿈을 꾸며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빼곡한 나무들이 앞을 가렸다. 아름드리나무도 있다.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산에서 고자배기까지
뽑아다 땔감으로 쓰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도배도 못 한 초가집에서 화롯불에 추위를 녹이며 살았다.
번번한 옷 한 벌이 아쉬웠고 양말도 기워 신었다.
산림을 가꿔야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정책으로 매년 나무를 심었다.
식목일이면 전 국민이 나무를 심고 산림녹화에 힘썼다.
학생들도 식목행사에 동원되었다.
문고리가 철썩 달라붙는 추위와 가난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다.

산등성이로 올라채어 무제봉으로 갔다.
구이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흰 설산에 울긋불긋한 등산복들이 꽃을 피웠다.
대부분이 좋은 상표의 값비싼 옷들이다.
등산화도 내 것보다 좋은 것들이 많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모처럼 등산을 해서 그런지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르기 싫어졌다.
꼭 정상을 가고 말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든 모양이다.
운장산에 갔을 때도 몸을 사렸다.
내려오는 길은 미끄러웠지만, 비단길처럼 수월했다.
복숭아나무를 전지하는 노인을 보았다.
희망을 손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복숭아 농사가 잘되어 환하게 웃는 노인의 얼굴을 상상해보았다.
신발의 먼지를 털고 차를 몰았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등산은 몸도 마음도 치유해주어 좋다.
자연이 주는 큰 혜택이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9. 02. 24.  전체글: 1962  방문수: 959553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702 슬픈 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701 이렇게 좋은 봄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700 나의 삶은 김용호김용호2019.02.24.1
1699 아등바등 살아온 삶도 김용호김용호2019.02.03.4
1698 잊을 수만 있다면 김용호김용호2019.02.03.2
1697 파도는 바다를 친다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696 큰 별을 바라보며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695 풀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694 창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693 나무 이야기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692 가까이 더 가까이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691 추신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690 고향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689 그리움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688 밤비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687 마이산의 겨울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6 상고대와 눈꽃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5 빛과 그림자는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4 삶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3 건널 목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2 우리의 마음속에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681 마이골 할머니 장터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680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679 풍경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678 몽돌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677 사막의 도시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676 세월을 품다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675 나를 그리워하다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674 마지막 날까지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673 탑 그림자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672 구봉산에 왔다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671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670 진안 장날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669 생의 엔진음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668 작은 행복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667 동행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66 나비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65 이봐요 마이산이 하는 말 들리나요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664 아름다운 동향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663 매미 또는 전파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662 1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61 2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60 3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659 고요한 기쁨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658 진안예찬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657 꿈일지라도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56 술 한잔하자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55 저 무리 따라가고 싶네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654 용담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53 새벽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52 화분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51 인연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50 배신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649 세월은 공평하다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48 인생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47 적폐 세력 잔당들의 청소는 언제쯤일까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46 사라진 추억 칼바위의 유감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645 세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44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43 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642 후회 없는 인생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41 아름다운 마무리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40 6백 년 역사 용담향교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39 물 위에 쓴 편지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638 길라잡이 남궁선순김용호2019.01.27.1
1637 난향비蘭香碑 김재환김용호2019.01.27.2
1636 카마수트라(kamasutra) 김재환김용호2019.01.27.1
1635 가을 명상 송영수김용호2019.01.27.1
1634 디지털시대의 산골생활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33 낭랑 18세의 문학기행 노덕임김용호2019.01.27.1
1632 돼지고기 비계와 곤달걀 윤일호김용호2019.01.27.1
1631 진안 고원길 가는 길 이상훈김용호2019.01.27.1
1630 봄을 찾은 진안고원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629 침묵이 그리운 세상 임두환김용호2019.01.27.2
1628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1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27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2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26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3 김자향김용호2019.01.27.1
1625 고향 느티나무 아래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24 아름다운 휴식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23 산나리 꽃 서동안김용호2019.01.27.1
1622 마이산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21 내리사랑 송기호김용호2019.01.27.1
1620 가을안단테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19 날개 이현옥김용호2019.01.27.1
1618 무릉리 여행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17 물속에 심은 고향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16 사월 초파일 이정우김용호2019.01.27.1
1615 마이산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14 기다림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13 고운 님 한숙자김용호2019.01.27.1
1612 동창리 자벌레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11 분홍빛 함정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10 바다의 언어 전병윤김용호2019.01.27.1
1609 정 깊은 소리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08 어느 날 수첩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07 사춘기 동창생 박부산김용호2019.01.27.1
1606 마이동천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05 전설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04 꿈이 시작되는 곳 문대선김용호2019.01.27.1
1603 옹달샘 거울 하나 강만영김용호2019.01.27.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