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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鎭安)고원에서 봄을 마시다
- 진안고원, 운장산고로쇠 축제에 다녀와서 -
임두환
진안고원 운장산에도 봄은 찾아왔다. 엊그제만 해도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더니 오늘따라 맑고 포근하다.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듯한 동장군도 봄의 전령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지 꼬리를 내리며 뒷거름 치고 있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제13회 진안고원 운장산고로쇠 축제 장을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운일암반일암 삼거광장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3월11일과 12일 이틀 동안이었다.
봄기운을 오롯이 담은 고로쇠 수액을 마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축제장에 들어서니 관광객이 얼마나 몰려들었는지 발 디딜 틈도 없다.
이번 고로쇠 축제는 중장년층만 즐기는 음료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축제장 메인무대에서는 기념식이 한창이었고, 주변 부스(booth)에는
오감만족(五感滿足)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먹거리가 풍성하였다.
기념식에 이어 고로쇠증산기원제, 풍물패의 열림 길놀이를 시작으로
고로쇠 수액 빨리 마시기, 팔딱팔딱 송어잡기, 목공예체험, 고로쇠 채취
체험행사, 연 날리기, 초청가수 공연 등 부대행사도 다양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열리는 게
있다면 진안고원, 운장산 고로쇠 축제가 아닌 가 싶다.
고로쇠나무는 단풍 나무과에 속한다.
고로쇠수액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라고도 부른다.
새봄을 맞아 가지 끝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덧입히기 위해 뿌리로부터
깊게 빨아올리는 신비의 영양소이다.
고로쇠 수액채취는 나무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상 1m 높이에서
드릴로 2-3개의 구멍을 뚫는다.
한 나무에서 과도하게 채취만 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피해는 없다.
예전에는 나무마다 비닐주머니를 매달아 놓고서 물통에 일일이 부어
짊어지고 내려왔다.
요즘은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여러 나무에 호수를 연결하여 중앙 집하장에 수액을 모아 놓고
정제하면 끝이다.
고로쇠 수액은 아무 때나 채취하는 게 아니다.
밤에는 섭씨 영하 3도, 낮에는 10도 이상으로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한다.
진안고원 기후로는 2월 말에서 3월 중순이 최적기라 할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은 예전부터 생명수라 불릴 만큼 효능이 알려져 있다.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 미네랄 함유량이 많아서 위장병과 관절염
신장염 이뇨작용에 그만이다.
일반 물에 비하여 고로쇠 수액은 칼슘이 40배, 마그네슘 30배가
들어 있다 보니 자연이 준 보약이라고 할 수밖에…….
내가 고로쇠 수액을 처음 맛 본 것은 전북전매지청 진안전매서에
근무할 때였다.
지난날을 더듬어 보니 1983년도쯤 된다. 직장동료들과 진안운장산
단골집에 예약을 해놓으면 온돌방에 불을 지피고는 화투판에
고로쇠 수액과 짭짤한 건어물을 준비해 놓는다.
동료들과 팀을 정할 때는 고스톱을 칠 줄 아는 사람으로서
매너가 좋아야 했다.
네댓 명이 18리터 2통을 시켜놓고 고스톱을 치다보면 한판이 끝나기도
전에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일반 물이라면 어림없지만 고로쇠 수액은 달짝지근하여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았다.
내 고향 진안은 볼거리가 많고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한마디로 천혜의 청정고장이다.
경관을 꼽는다면 마이산, 용담호, 운일암반일암이라 할 수 있고,
특산물은 인삼 표고 고추 흑 돼지 민물고기매운탕을 들 수 있다.
고로쇠축제가 열리는 운일암반일암은 운장산(1,126m)을 기점으로
명덕봉(846m)과 명도봉(863m) 사이의 5km에 이르는 골짜기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한여름에는 전라북도 대표휴양지로 손꼽이는 천혜의 휴양지이다.
옛날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오로지 하늘과 물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어서 운일암(雲日巖)이라 불렀고,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다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 했다던가.
고로쇠 축제장을 빠져나오니 진안 방향으로 왼쪽에는 용담호(龍膽湖),
오른쪽에는 구봉산(九峰山)이 보였다.
용담호는 전라북도 민의 젖줄이면서 저수기준으로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 다음으로 5위를 자랑하고, 구봉산은 기암괴석의
암봉(巖峰)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아홉 개의 봉우리에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자연이 준 선물,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돌아오니
보약을 마신 듯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내년에도 온가족이 함께 진안고원 운장산을 찾아가, 봄의 전령사
자연의 생명수를 실컷 마시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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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진안(鎭安)고원에서 봄을 마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