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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윤재석
어제 흐리던 날씨가 오늘까지 연장되는지,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여전히 까만 구름이 뒤덮고 있다.
간간히 비가 내려서 그런지, 그토록 열심히 울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의 울음소리뿐이다.
화단의 나무나 화초들이 비를 맞고 함초롬히 젖어 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꽃이 있다.
상사화(相思花)다.
상사화는 서로 그리워하는 뜻을 가진 꽃의 이름이다.
꽃과 꽃잎이 마주할 기회가 없어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우리 집 상사화를 여러 해 보아 왔다.
꽃밭에서 해마다 피기 때문이다.
상사화의 꽃잎은 이른봄이면 싹이 돋는다.
다른 식물보다 일찍 새싹이 올라온다.
화단의 흙이 봉곳이 솟아오른 것을 보면, 으레 상사화의
새싹이 아직은 햇살을 받지 않아 노란 빛깔을 띠고 있다.
새싹이 올라오는데 장해물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치워 준다.
장해물 없이 돋아난 싹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어느새 파란 빛깔을
머금고 서로를 의지하며 어울려 살고 있다.
햇살을 받고 자란 상사화의 잎은 반짝거리며 윤기를 내뿜는다.
얼마를 지나고 나면 그토록 싱싱하고 윤기가 나던 잎이 쇠락하면서
늘어지기 시작한다.
잎은 낙엽처럼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힘없이 주저앉는다.
잎은 퇴비처럼 되고 이내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제는 아예 상사화의 지저분한 잎들을 깨끗이 청소해
주어야 화단이 정리된다.
상사화에 대한 기억이 잊혀 질 정도로 두어 달이 지나고 나면,
이제는 다시 상사화의 꽃대가 땅을 뚫고 올라온다.
8월 초순이면 상사화는 활짝 피어 보기에 정말 탐스럽고 아름답다.
옅은 분홍빛은 청초한 느낌이 든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의 식물이다.
다른 꽃들은 꽃잎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뽐내지만,
이 상사화는 꽃대에 꽃만 오로지 꼿꼿이 서서 꽃을 피운다.
꽃잎이 없이 피어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내가 상사화를 이곳저곳 몇 군데 옮겨 심어 놓아서인지,
꽃이 필 때면 꽃밭이 상사화 때문에 정말 아름답다.
상사화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보고 있으면 나의 마음도 환해진다.
상사화의 잎은 원추리 꽃의 잎처럼 길쭉하고 파란색이 더욱 짙다.
그냥도 예쁘고 아름답지만 꽃잎과 어우러져 피면 더욱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상사화의 유래처럼 꽃과 꽃잎이 서로 보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보고 싶은 마음으로 속내를 태워서인지 벌과 나비들을 초청하지 않는다.
서로를 그리는 마음이 얼마나 진한 감동을 주었으면
이름조차 상사화라 했을까.
견우와 직녀는 그해 칠월 칠석이면 까마귀와 까치들이 놓아준
다리를 건너 일 년에 한 번씩은 만난다는데, 상사화는 생을 다할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하니, 조물주의 형벌이 조금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은 참 행복한 존재다.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내심은 이 상사화만 못한 것 같다.
사람은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녔다면 서로 만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전화를 하든지 편지를 해서라도 약속을 할 것이다.
이 상사화의 애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꽃과 꽃잎이 한데
어울려 피는 씨앗을 개발하면 어떨까?
꽃으로만 피어도 고운데 꽃잎과 어울려 핀다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를 까마귀와 까치가 놓아주듯,
이 상사화의 꽃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사람이 노력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만남으로 이루어져, 꽃과 꽃잎이 한데
어울려 곱게 피어나면 보기에도 좋고, 나 또한 편안히
이 상사화를 웃으며 볼 수 있을 텐데…….
윤재석
대한문학으로 등단
대한문학작가회 회원
진안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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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상사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