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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를 공부하는 길
윤재석
서예공부를 하면서 내가 겪고 느낀 점과 책을 읽으면서 얻은 점이 많다.
어느 곳이든 길은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쉬이 가려고 길을 묻는다.
우리는 그 길을 사람에게 물어서 알기도 하고, 책 등을 통해 알기도 한다.
서당에서 붓글씨를 쓸 때는 어려서 붓의 운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붓글씨는 붓으로 쓰기 때문에 붓을 어떻게 잡으며 운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중봉을 하고 글씨를 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중봉은 한 글자의 필획을 쓸 때 붓의 가장 뾰족한 중심 부분이
필획의 중심을 지나도록 하는 것이다.
중봉법中鋒法은 필모筆毛가 지니고 있는 탄력성을 지면에 받게 해야
필획이 침착하고 힘차게 보인다.
그러므로 중봉법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선생님으로부터 체본을 받아쓴다.
임서와 모서로 글씨 연습을 한다.
임서는 범본範本이 되는 책을 앞에 놓고 그 글자의 점과
획·결구·필의筆意에 따라 공부하는 방법이다.
모서는 범본의 글자위에 투명한 종이를 올려놓고 자형의 필획을 본 따서
쓰는 법이다.
모서는 모형을 익히는데 도움은 되어도 운필에는 효과가 적다.
임서는 글자를 쓴 사람의 의도와 뜻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쉽게
공부할 수 있다.
글씨를 배우는데 임서가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임서를 잘 익혀야 한다.
독첩讀帖과 배임도 붓글씨 공부의 한 방법이다.
독첩은 법첩을 읽는다는 뜻이다.
글씨를 쓰기에 앞서 그 글자의 필획 또는 결구의 특징을 깊이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배임은 임서를 충분히 한 뒤 법첩을 보지 않고 법첩의
필적· 결체· 장법 등의 특징을 생각해 가면서 쓰는 것을 말한다.
임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임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권의 법첩을 한두 번 써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붓을 들면 그 법첩의 어디에 그 글자가 있는 지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한 권의 법첩을 수십 번씩 써서
그 특징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30년 동안 서예를 하면서 서예공부 자세와 기본정신을 생각해 보았다.
서예는 예술 활동으로서 의지를 단련하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어떤 글씨나 똑같다.
단정하고 엄정한 글씨를 쓰는 일은 반드시 정신을 집중하고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가운데 지속遲速·경중輕重·조세粗細·장단長短·흑백黑白 등을
통해 내면적 정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되므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거듭되는 연습과 연구로 내공을 쌓아야 하리라 여긴다.
손과정孫過庭 서보에서 임지오합지시臨池五合之時라 했다.
글씨를 쓸 때는 마음과 환경 도구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은 편안하고 유쾌하며 한가롭도록 할 것이며, 은혜에 감동하는
마음을 따라야 할 것이고, 외부적 요인으로 계절이 온화하고
날씨가 화창해야 하며, 우연히 기분이 좋아 글씨를
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그리고 종이와 먹, 붓 등의 도구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글씨는 주관적 조건과 객관적 조건이 서로 작용하여 얻어지는
결과로 창조되는 예술이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하고 철학·미학·역사·문학·서예학 등의
지식을 널리 공부하여 탁월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작가의 성격과 정취 표현이다.
서예작품은 작가의 타고난 재능·생활경륜·예술소양·학식·개성 등이
다름으로 서체의 선택과 표현수법, 내용 등 모든 방면에 특색이 있다.
이러한 특색은 작품의 풍격風格을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안진경의 작품은 그의 생활경륜만큼 웅장하고 강건한
아름다움이 있다.
구양순의 작품은 방정하고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서여기인書如其人 즉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말을 한다.
이와 같이 작가의 기질과 서예의 풍격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성이 호탕하고 담대한 사람의 서풍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씨가 나오기 어렵고, 성정이 방정하고 온화한 사람은 호방하고
강건한 글씨가 나오기 어렵다.
그러므로 글씨를 쓰는 사람은 어떠한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고법을 익혀 자신의 법으로 완성해야 된다.
서법을 공부하려면 반드시 붓 쓰는 요령을 잘 알아야 할 일이다.
역대의 명비名碑·법첩法帖·진적眞蹟 등을 많이 보고 배우며
연구해야 한다.
옛 사람들의 작품 가운데
결구結鉤·포치布置·행간行間·소밀疏密·기복起伏의 조응照應과 변화,
교졸巧拙 등을 연구해야 한다.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했는가 하는 것을 이해하고 글씨를 쓴다면,
한 점 필획도 고법을 떠나지 않는 획이 될 것이다.
또한 정통기법을 완전히 습득하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법을
이루게 될 것이다.
글씨는 마음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서예야말로 그 글씨를 쓰는 사람의 주관적 정신의 산물이다.
그 글씨를 쓰는 사람이 갖추고 있는 학식과 덕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고 하거나 심정직필정心正卽筆正
서위심화書爲心?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특징이 배어있는 글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내가 30년 동안 서예 공부를 하면서 체험한 일과 좀 더 좋은
글씨를 쓰려는 마음으로 여러 서예이론서를 보고 간직한 대목이다.
노력 없는 결과가 어찌 있으랴 만 특히 서예는 거듭되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서예공부의 목표는 수양을 통하여 자기 것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글씨를 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서예를 통해 사회생활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노후의 취미로 서예를 즐기고 있다.
서예에서 지속과 완급, 소밀 등의 말은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이 되는 듯하다.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수양하는 마음으로 서예와 함께 하리라 다짐한다.
윤재석
대한문학으로 등단
대한문학작가회 회원
진안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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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서예를 공부하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