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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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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에서 부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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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7.02.27. 02:17:58 추천: 55 글쓴이IP: 175.202.95.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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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문학: 윤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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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 부산까지
윤재석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내 나라가 아닌
타국 땅 월남에서 수행하게 되었다.
육군통신학교 18주 교육을 마치고 춘천 103보충대를 거쳐 백마부대
28연대로 전출 명을 받고서야 이 부대가 파월교육부대라는 것을 알았다.
양평에서 군사 훈련을 마쳤다.
파월 국군으로서 서울 시가지에서 행군을 했다. 월남으로 가기 위해
양평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떠났다.
103 보충대에서 백마부대 제9사단으로 전출 명을 받았다.
대전육군퉁신학교 18주의 교육을 받고 103 보충대로 전출되어 왔다.
날씨도 차가웠다.
마지막으로 통신학교 동기인 이선희와 내가 호명되었다.
9사단 명을 받고나니 우리는 파월부대라 했다.
어느 길이 진정 내가 선택할 길인가. 나는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
월남에 가서 살아오지 못 할 바에야 차라리 탈영이라는 방법도 생각했다.
탈영병으로 잡히면 3년의 형을 마치고, 다시 군대생활 3년을
마치면 되니 탈영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리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통신학교 동기인 이선희와 헤어졌다.
선희는 완주군 구이면이 고향이고 나는 진안군 백운면이 고향이다.
같은 전북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다정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선희는 30연대 본부중대로 나는 28연대 1대대 본부중대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
우리가 서로 헤어지는 것은 마치 형제가 이별하는 기분이었다.
서로가 무운을 빌며 가슴이 터질 듯이 사내 녀석들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내가 복무할 곳 1대대 본부중대로 왔다.
군용차 스리쿼터를 타고 산골길과 마을을 지나 부대에 도착했다.
본부중대 행정실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나의 근무처로 왔다.
파월부대이기에 외출 외박 휴가 등이 없어졌다.
밖으로 나간 병사가 이탈할까 염려하여 실시하는 것이라 했다.
생사가 걸린 문제라 파월에 대해 여러 번 생각을 했다.
마음을 정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파월을 결심했다.
모든 것이 편안했다.
군대는 점호가 있다.
아침과 저녁으로 시행하여 병영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외출 외박이 없으니 오로지 군사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
오전에는 사격훈련을 한다.
사격은 자신을 보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모든 훈련은 전쟁을 생각한 것이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동생이 면회를 왔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서 경기도 양평군 어느 산골에 있는 이곳까지
동생이 면회를 왔다.
그때 장맛비가 내려 교통이 매우 불편했다.
자주 다니던 길도 아닌 처음 오는 길인데 얼마나 고생했을까.
처음 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몇 백리 길을 찾아온 동생의 고생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우리 형제의 만남은 오랜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침식을 제공할 조건도 못 되었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 시간에 맞추어야하기 때문이다.
동생의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금도 그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초행길에 얼마나 고생했을까.
마음이 더욱 안쓰러웠다.
매일 무선으로 연대 통신대와 교신 연습을 했다.
통신은 사람의 신경과 같다.
실전을 대비한 훈련을 하려고 무전기차로 부대를 떠나 낯선 산골
시냇가에 멈추었다.
하늘에서는 금방 비가 내릴 듯했다.
무전기차에서 안테나를 꺼내 설치하고 있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땅에 안테나 지지대 말뚝을 박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번쩍하는데
머리가 윙하고 정신이 없었다.
손을 타고 전기가 흐른 것이다.
정신이 들어 보니 팔에 힘이 없었다.
우리는 바로 안테나를 철수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하마터면 벼락 맞아 죽을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서울 시가지 행진을 하려고 여의도 비행장에 모였다.
여름날 여의도 비행장 모래밭은 너무나 더웠다.
더운 날씨에 배낭을 메고 군장을 갖추어 시가지 행군연습을 했다.
군사훈련으로 각개전투와 유격훈련 등으로 병사들은 힘들었다.
군대는 명령에 움직이는 단체다.
여의도 모래밭에는 며칠간 사용할 천막을 세웠다.
병사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 식수차와 부식차가 동원되었다.
이 행사가 끝나면 우리는 양평으로 다시 돌아가서 열차로
부산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가지 행군을 마친 우리 부대는 부산으로 가기 위해
양평역에 모였다.
열차는 기다란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이 어두워지면서 우리는 열차에 올랐다.
사단 군악대가 나와 우리를 환송했다.
사단장과 연대장 등이 환송행사를 마쳤다.
열차는 대전으로 출발했다.
기적소리가 울리자 열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얼마 뒤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시민이 우리의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역에서 잠시 쉬면서 환송식을 마쳤다.
대전 시민이 준비한 과일과 음식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시민과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광경은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태극기를 흔들어 주던 그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비치고 있다.
대구역에 도착하니 이곳의 모습도 대전의 모습과 비슷했다.
이름이 누구인지 모르는 여학생으로부터 받은 봉투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하얀 천에 네 잎 클로바를 정성껏 수놓아 전해 준 손수건은
내가 월남생활 동안 항상 군복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주소와 이름이 있었으면 감사의 편지를 보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열차는 기적을 울리더니 부산으로 달리고 있다.
부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번민이 있었다.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잘한 결정인가.
파월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선택은 끝났다. 월남에서 내가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했다.
윤재석
대한문학으로 등단
대한문학작가회 회원
진안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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