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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노니는 내 고향 白雲
윤재석
아침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오니 밖에는 초겨울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간밤의 비를 맞고도 반쯤은 그대로 나무에 매달려있다.
겨울비가 내 마음을 이끌어 흰 구름이 노니는 내 고향으로
훌쩍 데려다 주었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태어난 곳에서 느긋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환경에 따라
객지로 떠난 사람도 있다.
내 고향은 진안군 백운면, 한자로는 白雲(백운)이다.
지명을 보면 白雲은 으레 높은 산이나 깊은 산골짜기로 연상된다.
오백여리 섬진강 물줄기가 이곳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에서 발원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오백리 길 긴 강의 발원지이니 백운이란 곳이 높은 지역인 것은
맞는 말이다.
白雲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있다.
흰 구름은 언제나 마음에 한가로움을 준다.
구름은 누구를 탓하는 일이 없다.
오직 유유자적할 뿐이다.
태산이 가는 길을 막아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산을 품고 돌아간다.
저녁에 솟는 달과 유희를 펼치기도 한다.
세상에 바쁠 일도 없다.
바람이 불면 실려 떠나간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하운은 다기봉(夏雲多奇峰)이라 했다.
이처럼 구름은 여러 가지 모습의 기특한 형상들을 만들어 내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내 고향 백운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기에 경관이 빼어나다.
오백리 길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고, 30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무주에서 시작하여 임실을 거쳐 부안군의 채석강에 이르는 길이다.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고 국도가 지나가는 곳이니
산간벽지만은 아닌 듯싶다.
갖출 것은 다 갖춘 곳이다.
동쪽에는 덕태산과 선각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내동산,
남쪽에는 팔공산이 자리 잡고 있다.
덕태산(德泰山)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백운동 계곡이 있다.
환경이 오염되지 않아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을 찾아 피서를 하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산과 계곡이 어울려 가히 장관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으니 한 번 찾아와 보면
궁금증이 모두 풀리리라.
선각산(仙閣山)은 신선이 사는 산이라 해서 구름이 산의 정상을 휘감고
도는, 반은 산이고 반은 구름인 이 산은 어디에서나
쉬이 볼 수 없는 경관이다.
내동산(萊東山)의 유래도 신선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명 백마산이라 부르는 데는 흰말을 탄 장수가 태어났다는데서
연유한 것이다.
내동산의 중턱에는 약수암이 있다.
이곳에는 약 30여m 높이의 폭포가 있다.
폭포의 물보라가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그려내고 있다.
여름철에 약수암의 폭포수를 맞으면 땀띠나 피부병이 낫는다.
어느 고장이나 전설과 설화는 있다.
내 고향 백운도 다를 바 없다.
내 고향 백운은 그리 큰 지역은 아니다.
이웃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지내는 사이다.
백운면 시장터에서 이웃사람들이 만나면 막걸리 한 잔쯤은
나누어야 한다.
술값은 누가 내던 상관없다.
헤어지는 서운함을 풀고 그간 서로의 안부와 더불어 담소를
즐겨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이다.
내 고향 백운 사람들의 인성은 한가롭고 여유가 있다.
높은 산에서 자중과 겸손을 익히고,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와
큰 강을 이루려고 시작한 데미샘의 물길을 보고 희망을 배운다.
높은 곳 누구를 탓하지 않는 구름을 벗삼아 살아가니
자연을 닮을 수밖에 없으리라.
세상의 변화는 내 고향 백운에도 찾아왔다.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갔다.
농촌의 가구 수는 자연히 줄어든다.
젊은 층은 줄고 고령층은 늘어난다.
낮은 출산으로 취학 어린이들도 줄었다.
내 고향 백운에는 백운초등학고, 반송초등학고, 평장초등학교 등
초등학교가 셋이나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백운초등학교만 겨우 남아있다.
남녀가 결혼으로 한 가정을 이루면 적어도 두 자녀는 두어야
나라가 운영된다.
한 가정이 자녀를 하나만 낳으면 먼 훗날에는 나라의 존립이 어려워진다.
국민이 없으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
출산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일이다.
내 고향 백운은 공기 좋고 물 맑아 자연이 그대로 쉼 쉬는 곳이다.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의 특화지역이다.
인삼과 고추, 고랭지채소 등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벼농사를 짓던 논이 인삼밭, 고추밭으로 변했다.
세월이 더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언제라도 찾아가면 훈훈한 인심으로 맞아 주는 게 고향사람들이다.
변함 없는 백운의 풍광은 아름답다.
내 고향 백운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곳이다.
눈앞에 지나가는 고향의 모습들이다.
단풍이 다하기 전에 내 고향사람들을 찾아가 밀린 정담을 나누고 싶다.
윤재석
대한문학으로 등단
대한문학작가회 회원
진안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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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흰 구름 노니는 내 고향 白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