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팡이를 짚다
간편하게 배낭을 꾸려 메고 혼자서 모악산에 갔다.
여러 번 올랐던 길이지만, 지팡이를 짚으니 걷기가 수월했다.
나뭇가지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오르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팡이를 짚었다.
한 손에만 짚은 사람도 있고, 양손으로 짚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지팡이는 내 것에 비해 비싸게 보이는 등산 전문용 지팡이였다.
지팡이는 등산할 때나 노약자의 외출에는 꼭 필요한 도구다.
몸이 약해져 허리가 굽고 걷기에 불편하면 지팡이를 짚을 수밖에 없다.
험한 길이나 미끄러운 눈길을 걷다가 넘어진 뒤에 후회하기보다는
지팡이를 짚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지팡이도 없이 운장산에 간 적이 있었다.
경치가 좋아 정상에 올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길이 험해서
나뭇가지를 주어 지팡이로 썼다.
바윗길을 짚으며 내려오다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부러지고 말았다.
아래로 넘어졌지만,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 뒤부터 등산할 땐 꼭 지팡이를 챙겼다.
요즘 등산용 지팡이는 속이 빈 금속 재료여서 가볍다.
그러나 쉽게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성질이 있어 안전하다.
지팡이는 보통 반듯한 나무라면 어느 것으로도 만들 수 있다.
촉감이 부드럽고 쉽게 부러지지 않아야 좋다.
두께와 무게, 길이도 사용하기에 알맞아야 한다.
키가 작은 산철쭉 나무, 도리깨나무, 감태나무 등으로 만들지만,
아그배나무, 노간주나무, 대나무 등이 많이 쓰인다.
도리깨나무를 뿌리째 캐내어 잘 다듬어 만든 큰 지팡이를 짚고
동네를 한 바퀴 돌을 때는 마치 도사인 양 뻐기기도 했었다.
지팡이는 몸을 지탱하려고 쓰지만, 호신용이나 멋으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중절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영국신사의 모습은 젊잖게 보였다.
지팡이는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여러 방면에 사용된다.
시각장애인의 하얀 지팡이, 마술에 쓰는 요술 지팡이,
학예발표 어린이 지팡이, 지팡이 춤, 지팡이 운동 등에도 쓰인다.
종교가, 철학자, 촌장 등의 지도자가 가지는 지팡이는 위엄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팡이는 자식이 사주는 게 아니란다. 자식이 사주면 늙었으니
빨리 돌아가시라는 뜻이어서 부모의 오해를 피하려고 그런가 싶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사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이 좋다.
벼락 맞은 감태나무로 스님이 만든 육환장(六環杖)이나 잘 기른
명아주 대를 삶고 말려서 다듬고 여러 번 옻칠해서 만든
청려장(靑藜杖)은 이름난 전통적인 지팡이다.
특히 청려장은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 시대까지 80세 이상 나이가 든 노인에게 임금이 하사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100세 이상 노인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100세 이상 노인에게 장수지팡이를 선물하고 건강과
장수를 빌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2015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기해 100세 이상
노인 1,432명에게 청려장을 선물하고 무병장수를 빌었다.
선물을 받은 노인들도 지난날엔 우리 사회의 역군으로서
사회 발전에 공을 세운 고마운 지팡이들이었다.
그들을 공경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청려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사람의 다리를 대신해 몸을 지탱해주는 지팡이는 참으로 고마운 물건이다.
우리 사회를 지팡이처럼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민중의 지팡이’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사람과 ‘민족의 지팡이’로
국민의 영혼을 이끌어준 큰 인물도 있다.
크고 작은 지팡이가 많아져 세계 속으로 발전하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지팡이인가?
부모님을 든든한 지팡이로 짚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이제는 자식들에게 힘없는 지팡이가 되어 살아가는 가난한
지팡이 감이 아닌가 싶다.
흙 묻은 지팡이를 닦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병신(丙申) 새해를 맞이하여
신팔복
전)중등교사
현)한국문협 진안지부 이사
전북문협. 행촌수필.대한문학 회원
|
|
암호 
지팡이를 짚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