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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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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질 때를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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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6.06.21. 21:48:27 추천: 55 글쓴이IP: 218.151.54.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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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문학: 신팔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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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질 때를 안다
신팔복
어느 꽃이라도 꽃은 예쁘다.
활짝 피었던 하얀 이팝나무 꽃이 지고 지금은 아파트 울타리에
덩굴장미가 한창이다.
숭얼숭얼 피어있는 빨강 장미꽃을 오가며 보는 마음은 즐겁다.
집을 나설 때는 활짝 웃는 모습이어서 기분이 상쾌하고, 들어올 때는
반겨주는 것 같아 포근하다.
장항 기벌포 모래 해변을 아내와 함께 걸으면서 군락을 이룬 붉은
해당화 꽃을 보았다.
우북한 노랑 수술 털을 다섯 장의 얇은 꽃잎이 감싸고 있었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역시 보는 눈은 같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였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내도 인증사진을 찍고 곧바로
친구에게 전송했다.
꽃향기에 벌들도 모여들었다.
보드라운 모래와 따스한 해풍이 해당화를 이렇듯 곱게 피워낸 듯했다.
바다 끝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해당화 꽃처럼 곱고 순수한 섬 처녀와 총각 선생님의 순애보를
파도가 실어왔다.
섬 마을 선생님이 지금도 저 섬에 살고 있을 것 같다.
하늘 계단을 올라 전망하는 섬들은 마냥 고즈넉해 보였다.
뒷산 계곡에도 찔레꽃이 만발했다.
찔레꽃 향기에 연정을 느꼈는지 뻐꾸기는 목을 놓아 울어댔다.
올해도 탁아소가 될 어느 둥지를 염탐하려는 듯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산 속에 고요가 흐른다.
장미꽃보다도 짙은 찔레꽃 향기가 코를 자극할 즈음이면 나는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찔레꽃잎이 한 잎 두 잎 바람에 날려 저수지로 내려앉아 낚싯대 끝에서
맴돌면 제법 통통한 붕어 몇 마리는 잡았다.
내 낚시 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산란을 준비하는 고기들의
허기 때문이었을 게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붓꽃과에 속하는 꽃창포 화분이 있다.
이른봄에 사위가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파리만 무성해서 별로 관심 없이 가끔 물만 주었다.
해가 길어지면서 잎이 더욱 무성해지더니 가느다란
꽃대 몇 개가 올라왔다.
마치 잎줄기와 같아서 꽃대인 줄은 몰랐다.
어느 날 커튼을 젖혀보니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야! 꽃 없는 식물이 없다더니….’
처음 보는 꽃이라 감탄하며 아내를 불렀다.
‘이것도 꽃이 피네!’ 역시 신기한 듯 말했다.
심장형의 하얀 꽃잎이 세 방향으로 배열돼있고 안쪽으로 옅은 보라색의
꽃 덮개를 가진 속 꽃잎 세 개가 위로 솟아 아래와 조화를 이뤘다.
꽃말처럼 우아한 꽃이다.
저녁때 집에 들어와 보니 꽃이 없어졌다.
며칠 갈 줄 알았는데 어디로 숨었단 말인가.
며칠 뒤에 또 다섯 송이가 피었다.
꽃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하얀 연꽃 모양의 꽃봉오리가
뾰족하게 올라왔다.
햇빛을 기다려 피어나고 그 화려함을 자랑한다.
향기는 별로 없었다.
오후 새 때가 되면 꽃은 어김없이 피어날 때의 역순으로 꽃잎이
끝 부분부터 서서히 오므라들어 결국 안쪽으로 말려 쭈그러들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하루살이 꽃이다.
꽃이 진 자리가 꿈인 듯 허무했다.
어느 꽃이나 꽃은 진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제아무리 질긴 꽃이라도 그 수명은 있다.
청춘 시절에 화려하게 피었던 고운 꽃도 세월의 뒤란으로 묻히면
그 우아했던 자태도 결국 흔적 없이 사라진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창포 꽃이 알려주고 떠났다.
그 곱던 모습만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꽃은 질 때를 알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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