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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고추와 된장
신팔복
농사도 철따라 지어야 하지만, 음식도 제철 음식이라야 건강에 좋다.
나는 요즘 점심때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 좋다.
작은 텃밭에는 고추를 비롯해 오이, 가지, 상추, 들깨,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몇 포기씩이지만 매일 조금씩 따다가 먹는 재미가 좋다.
내가 먹는 고추는 아삭하고 맵지 않은 오이고추이다.
일반 재래종 고추나 청양고추는 매워서 먹지 못한다.
타고난 체질인지 어릴 때부터 고추를 멀리했다.
고추의 캡사이신(capsicine) 성분이 혀를 자극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너무 매운 고추는 씹는 순간부터 재채기와 딸꾹질이 나고 마침내
눈물이 쏟아져 마치 최루탄 가스를 맞은 것처럼 한참 동안
혼미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매운 고추를 왜 사람들이 먹으면서 좋아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 입맛에 맞는 오이고추가 나오면서부터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는 매운 고추도 잘 먹는다.
맵지 않으면 싱겁다고 한다.
아무 맛이 없고 풋내만 나서 입안이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가 먼저 먹어 보고 내 입맛에 맞을 것이라 하면 그때야 먹는다.
신선한 풋고추는 여름철 반찬으로 좋다.
비타민 C가 많아 3개만 먹으면 하루 필요량이 충분하다고 하니
따로 돈 들여 비타민제를 사서 먹을 필요가 있겠는가?
고추는 남미의 아마존 유역이 원산지로 원주민들이 향신료로 썼는데,
유럽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슬기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데 널리 쓰이게 되면서
품종이 많이 개량되었다.
일반재래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오이고추 등 종류도 많다.
다른 음식재료와 섞어 볶거나 조려서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새우젓이나 조기젓에 풋고추를 썰어 넣고 밥솥에 쪄낸 반찬은 덜 맵고
건건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염분보충에도 좋다.
살강에 넣어둔 보리밥을 물에 말아 새우젓에 풋고추를 썰어 넣고
찐 반찬을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고추요리는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소화도 촉진하고 피로를 해소시켜주며
활력 에너지를 충전해주어 좋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도시 옥상 텃밭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보았다.
옥상에 흙을 올려 여러 가지 채소를 가꾸고 있었다.
매일 싱싱한 채소를 거두어 먹고 이웃에도 나눠주고 있었다.
식단이 풍부해서 좋고 이웃과 정도 나누니 얼마나 좋겠는가?
나이 들었어도 서로 만나 시간을 공유하며 운동 삼아 일하고
외로움을 잊고 생활하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즐거움이 넘치는 작은 행복이었다.
옥상 텃밭은 채소가 자라고, 무더운 태양복사 열을 막아주어
실내도 시원하니 일거양득인 것 같다.
된장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네 전통음식이다.
잘 발효시킨 메주를 도가니에 담아 오랫동안 숙성시켜 만들어낸 된장은
어떻게 요리해도 우리에겐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된장찌개, 된장 시래기 무침, 된장국 등은 입맛을 돋운다.
콩이 가진 단백질은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는데, 짚에 있는 천연효모인 누룩곰팡이가 이를 뜨게 한다는 것을
우리네 조상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아냈다.
결국, 다른 나라에는 없는 메주를 만들어 오래 토록 저장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발효문화이다.
김치와 된장은 발효식품 중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으뜸 음식이다.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발효음식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풋고추와 된장은 올 여름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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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풋고추와 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