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香氣) 송영수 이 세상 사물들에게서는 모두 냄새가 난다. 그 중에서도 생물로 분류되는 사물에게서는 어느 한 가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없다. 무생물은 냄새를 갖지 않는 것이 간혹 있지만 지독한 냄새를 갖는 것도 있다. 나는 이런 생물에게서 나는 냄새 중에서도 식물에게서 나는 냄새가 참 좋다. 갖가지 꽃들에게서 나는 냄새는 물론이려니와 꽃이 아닌 나뭇잎이나 풀잎에서 나는 냄새도 무척 좋다. 아무리 오래 맡아도 질리지 않고 그 속에 빠져 있고 싶으니 말이다. 봄에 냇둑에 웅성하게 자라는 쑥, 냉이, 씀바귀 냄새며, 산에서 자라는 취와 고사리, 도라지, 더덕, 바람이 불 때마다 오이냄새를 풍기는 나뭇잎들, 이런 냄새들을 꽃 냄새보다 더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요즈음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 이런 풀 냄새를 맡는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산 속에서 자라니까 산 풀 냄새가 난다. 깨끗하고 산뜻하며 산소 같은 냄새 말이다. 돌돌돌 흐르는 개울물 비린내 같기도 하고, 산을 휘감는 바람 냄새 같기도 한 그런 냄새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면 아이들마다 조금씩 다른 냄새를 풍긴다. 들판에 서 있으면 온 들에서 풀 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여기선 쑥 냄새, 저기선 패랭이꽃 냄새가 살짝살짝 스치는 것처럼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같은 냄새인 것 같으나 조금씩 다른 냄새를 풍기는 것을 알았다. 이들의 냄새는 모두 향기로우니 향기라 칭하리라. 현준이에게서는 듬직하고 편안한 향기가, 정용이에게서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규환이에게서는 투지가 강하고 투박한, 경훈이에게서는 착하고 아량이 있는, 민호에게서는 똑똑하고 용기있는, 은옥이에게서는 깔끔하고 규모있는, 정아에게서는 날씬하고 정겨운, 세영이에게서는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는 땀내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나는 나무냄새, 풀냄새, 바람 냄새, 물 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싱그러운 들판에서 흐뭇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낸다. 항상 내 코끝을 스치는 신선한 향기에 취해 상쾌한 기분으로 산다. 우리 반 아이들의 이 좋은 향기는 널리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을 상쾌하게 할 것이다.
암호 
향기(香氣)/수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