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도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바람 때문에
잠시 주춤거린다.
계곡 음지의 잔설이 서서히 녹으며 실개천을 이룬다.
우수가 지나더니 어느새 경칩이 코앞이다.
버들강아지는 제일 먼저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잔설 속에서
깃털같이 가녀린 복수초와 K 전 대통령이 좋아한다던
인동초가 추위에 떨고 있다.
산 중턱엔 생강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동네 골목길 돌담 옆엔
산수유가 노랑 저고리로 갈아입고, 개구리들은 덜 깬 겨울잠 때문인
지 쉰 소리로 울어댄다.
바람은 이따금 강가의 안개를 산 위로 밀어 올린다.
산수유 꽃이 지기도 전 매화는 봉긋봉긋 피어난다.
홍매의 자태는 사뭇 여성적이다.
화사한 목련이 며칠간 뽐내며 예쁜 자목련에게 차례를 넘겨준다.
3월이 간다.
봄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시방은 꽃[花]의 계절이다.
암호 
화우엽설花雨葉雪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