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산 그 곱던 단풍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
흩날리던 낙엽마저 사위어 간 주위가 쓸쓸한 12월입니다.
이럴 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야기가 사실인 양 창호지
바른 문밖에 귀를 기울이던 옛 시절이 그리운데 그 어느 때보다
풍년을 이룬 정천면 마조마을 나들이를 한 번 해볼까요?
이 마을에는 문화재로 지정되지도 절의 규모를 갖추지도 않은
일반주택에 불상을 모시고 있는 심원사가 있습니다.
전주대박물관에서 발굴, 보고된 바 있는 심원암은
지금의 심원사에서 300여m 위에 주춧돌 등의 흔적으로
남아있는데 백제 위덕왕 20년(573)에 창건된 꽤 큰 사찰로
전해지나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6.25 공비토벌 때 불타 없어졌다고 하는 설과 갈룡리 천황사의
허원이란 스님이 커다란 괘불을 종이로 떠서 판 뒤 한쪽 눈이 멀어
이곳으로 들어와 부처님을 모시다 역시 화재로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게 심원암 인지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현 관리자 김화순의 친정어머니 김정임 보살이 경상도
어느 여자 보살의 불전을 이어받으면서 석공을 데려다 깎은 석불이
석가불과 미륵불 옆 빨간색 방석 위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이 석불은 6·25 때 공비토벌을 하는 불을 피해 아랫마을
어느 집으로 지게에 지고 피난을 가서 임시 불단을 세워 모셨는데
그 안주인이 그때부터 심한 무서움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일화를 갖고 있습니다.
약병과 보주를 들었으나 모습은 미륵불 같기도 하지요.
조잡한 금칠은 우스꽝스럽습니다만, 금색을 칠해서라도 최고로
모시고 싶어하는 정성이 느껴져 미소짓게 합니다.
비구니로 3대째 이어오는 이곳의 김화순 현 관리자는 이미 여든이 넘은
노구로 거동도 기억도 희미하고 4대 이삼순은 관리자가 되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기에 앞으로 어떻게 유지될지 주저리주저리 엮인
저 곶감은 알까요?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이곳 군데군데 세워진 감덕의 곶감은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제 모습과
제 맛을 갖추기 바쁘기만 합니다.
암호 
옛날 옛날에/수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