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항리 시골집 대문 앞
오래된 감나무 콩레이에 쓰러지고
중앙요양병원에서 중환자실을 오가며
아흔 한 번째 가을을 맞는
목숨이
꺼져가고 있다
불끈
세상을 짊어진 청춘도 있었고
사랑을 잃어 애끓던 그 가을도 있었던 노인
폭염이기고
가을이 왔는데
시간의 눈금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얼마나 남았을까
그의 가을이
웃음마저 거두어 간 세월의 무게에
삭정이 같은 정강이 뼈
가을볕에 점점 더 말라가고 있다
조금 느리게
더 느리게
이별을 준비하고 싶은데
저 아슬한 마른 나뭇잎
마른 바람에 뒤척이고 있다
돌 확
-수항리연가
신 김치 안 먹는 철없는 며느리 위해돌확에 고추 마늘 생강 보리밥
한 수저 넣어박박 갈아겉절이 해주시던 어머니손길 어디 남아 있을까
아들의 여름을 위해익모초나 쑥을 돌확에 갈아검푸른 약물 하얀
사기사발에 담아장독대에 하룻밤 재워별빛담기고 이슬담긴 사랑내미시던
어머니 사랑어디 남아있을까.
묵묵한돌 속에 스민 애달픈 사랑
닳고 닳아 커다란 구멍하나 눈뜨고 있네
암호 
가을안단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