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비바람이 쳐들어 왔다
아무도 잠들 수 없었다
밤 짐승들 덤불 밑에 웅크리고
잠의 집짓기를 멈추었다
온갖 잠념같은 생을 묶던 바람, 그래서
아침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아침이 왔다, 푹 젖은 채로
용케 바람 끝에 매달려 처마 밑으로 든
거미 한 마리, 밤새 반죽한 불면으로
막 금을 긋기 시작했다
폴록의 것도 아니고 쉴레의 것도 아닌
벨 듯이 비명 같은 선을
아침 위에 긋고 있었다
간밤 배를 불리고 새끼까지 품은 하루살이나
선잠의 나방을 위해
창을 두 개로 다시 네 개로 여덟 개로
쪼개고 있다. 한 입에 넣을 만한 크기로
아침을 나누고 있다.
암호 
새벽의 창밖에서
